[독자투고]그들의 일그러진 성(性) 의식
[독자투고]그들의 일그러진 성(性) 의식
  • 구연지 (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6.08.3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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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학가에서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이하 단톡방)을 통한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후 고려대와 서울대에서도 동기 여학생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며 ‘일그러진 성(性) 의식’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 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달 11일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란 제목으로 인문대 A반 남학생들의 단톡방을 공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반 남학생 8명은 지난해 2-8월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다수를 대상으로 성적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여자가 고프면 신촌주점 가서 따라”, “정중하게 속옷을 보여 달라고 요청해봐” 등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

  대학사회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일은 처음이 아니다. 이는 그릇된 성 의식이 대학사회에도 만연함을 입증하는 셈이다. 물론 이를 전적으로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사회 전반에 흐르는 성 의식의 기류가 너무도 비틀어져 있어 무리가 따르는 일임엔 틀림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회는 자극적인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매스컴에선 연일 성 상품화를 미끼로 인기몰이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자연스럽게 물들어가는 세태가 비단 대학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결국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성 의식의 단면을 대학생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성 담론의 부재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포르노와 성 지식은 현재 성 문화의 기저를 차지하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알아야 할 사실은 모르고 잘못된 사실만 편향적으로 선택해 아는 현상이 뒤섞이고 있다. 한 초등교사에 따르면 남자 초등학생들은 생리대 광고만 보고 생리혈이 파랗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의 성욕은 원래 참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추가하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포르노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 포르노가 빠른 속도로 폭넓게 퍼지고 최소한의 죄의식 없이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인터넷 포르노의 범람은 피할 수 없고 단순히 금지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대신에 어렸을 때부터 매체의 특성을 깨닫고 매체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피임이나 성관계에 관한 실용적 지식을 배우기에 앞서 미디어 리터러시 훈련을 해야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일그러진 성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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