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길거리에서 찾는 경제
[독자투고]길거리에서 찾는 경제
  • 이승현 (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6.08.31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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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점상이란 길가에서 물건을 벌여 놓고 하는 장사, 또는 그런 장수를 이르는 말이다. 내가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길거리에서 야채를 파셨다. 그래서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옆에 앉아 물건 파는 일을 도와드리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댁에만 계시는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이제 일 안 하세요?”라고 철없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할아버지께서는 노점상 단속으로 더 이상 장사를 하실 수 없던 것이었다. 그 이후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힘들어하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인지 길거리를 지나다 쪼그려 앉아 물건을 팔고 계시는 나이 지긋한 노인분들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찡하다.

  현재 서울시의 거리 가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노점상의 수는 약 8천 개라고 한다. 각각의 구청들은 노점상들을 단속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노점상이 문을 닫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시 거리로 나오는 노점상들 때문에 구청 직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왜 그들은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구청 직원에게 노점상은 그저 골칫덩어리일 뿐이지만 그들에게 노점상은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점상 대부분은 차상위계층에 속하며 연령대도 높다. 이들이 다른 일을 시작하기는 역부족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노점상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노점상 운영을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은 노점상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반 업자와 동일하게 소득 신고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노점상 관리 전담 조를 꾸려 위생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현재 세금 납부와 위생 관리가 노점상 문제에서 가장 갈등적인 사항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또한 노점상 관리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점상은 일자리 창출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가게를 얻는 것이 부담인 청년들이나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노인들에게 창업 초반에 보다 싼 가격의 자릿세를 부과하고 소득이 생긴 후 자릿세를 납부하게 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해진 규격에 맞게 설치된 노점상은 더 이상 거리의 골칫덩이가 아닌 하나의 길거리 문화를 형성한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 서서 먹는 떡볶이와 어묵, 거리를 걸으며 구경하는 액세서리들은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즐거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점과는 또 다른 묘미다.

  앞서 말했듯 단속은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다. 그렇다고 규칙과 체계도 없이 무작정 노점상을 허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규제 하에 설치된 노점상은 서민경제 살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위기인 지금, 우리는 위에서부터의 경제 부흥에만 의존할 때가 아니다. 아래서부터의 경제부흥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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