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의 미끼와 대학이 놓치고 있는 것들
[사설]교육부의 미끼와 대학이 놓치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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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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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무덥던 이번 여름 날씨가 개강을 앞두고 급격하게 변했다. 하늘이 높아졌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제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는 한기가 느껴진다. 자연은 가끔 심한 변덕을 부리지만 이렇듯 예측 가능하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큰 기운이 존재하는 것이다.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는 분주해지고 있다. 무더운 여름 외롭게 그 자리를 지켰던 덕성여대 캠퍼스도 다시 학생들로 북적거리며 활기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자연과 달리 대학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다양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폭풍우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화여대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미래라이프대학을 신설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화여대 사태를 보면서 우리 대학들이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대학이 오랜 기간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쌓아온 것들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너무도 쉽게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관료는 국가를 위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관료들 역시 자신의 조직과 예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육부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교육부는 학력 인구 감소와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각종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왜 그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예측을 못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대학 관련 사업들을 봐도 일관된 철학과 비전은 잘 안 보인다.

  교육부 사업이나 평가를 준비해본 사람들은 안다. 불과 1, 2년 사이에도 얼마나 많은 내용과 기준들이 변경되고 있는지를…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그리고 교육철학의 부재로 인해 돈이라는 미끼에 현혹되는 대학들이 많다. 그래서 교육부가 그때그때 만든 기준에 따라 대학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현혹된 대학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 맞는 변화를 도모하고 그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대학이 이 혹독한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대로 있자는 얘기는 아니다. 각각의 대학이 자신에 맞는 옷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부가 권장하는 ‘교복’일 필요는 없다. 대학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고민해 선택하고,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유지되고, 그 바탕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민주성과 창의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부디 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고민과 노력 속에서 덕성여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선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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