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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슈퍼맨 소방관을 지켜주세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소방장비에 우울증만 늘어가는 소방관들
2016년 09월 12일 (월) 13:44:41 손정아 기자 sja5323@naver.com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모르는 새 크고 작은 재난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소방관은 어떤 재난에라도 앞장서서 사람을 구조한다. 올해 인하대학교 한 연구팀이 실시한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 결과, 소방관은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직업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방관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재난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최근 언론에서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건강 문제에 관한 언급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은 어떤 상황인 걸까.

  소방관들의 근무환경
  헌신적인 희생과는 반비례
  지난 2013년부터 약 1년간 방영된 SBS 예능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에서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들에게 소방관의 현실을 알림과 동시에 소방관들의 처우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그 외에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역시 소방관들이 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직업 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을 방영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 후 실제로 많은 국민이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를 담아 소방 관련 홈페이지 또는 SNS로 감사를 표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여전히 열악한 현실 속에서 일하고 있다. 작년 8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임수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이하 서울시)가 보유한 소방장비 446종 12만 3159점 가운데 26.9%인 3만 3073점이 ‘노후장비’로 분류됐다. 노후장비는 평균 내용연수(사용기간)를 경과하고도 계속 쓰이는 장비를 말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개인보호장비 34.5% △진압장비 43.6% △소방차량 26.7% △구조장비 21.3% △구급장비 12%가 노후장비에 속했다. 소방장비 노후율은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약 6.9% 높아졌고 기동장비도 약 2배가량 높아진 상황이다. 또한 서울시의 개인보호장비 보유량은 보유기준의 61.7%였으며 진압장비 보유량은 73.6%에 그쳤다. 이에 대해서 국민안전처는 “평균 내용연수가 지나면 행정적으로는 ‘노후장비’로 분류하지만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며 “장비 상태를 점검해 기능이 정상적인 장비는 계속 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소방장비 노후화율
  2017년에는 0% 목표
  앞서 국민안전처는 제 기능을 하는 노후장비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 후에는 장비의 노후화율을 0%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6일 청와대 업무보고서 육상 30분, 해상 1시간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779억 원 증가한 3조 2893억 원으로 편성해 소방과 해경의 구조·출동장비를 보강하는 데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21.6%였던 소방차 노후화율을 올해 16.6%로 줄이고 내년에는 0%로 줄이는 등의 장비 개선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또한 올해 중으로 소방관 1883명을 새로 뽑아 부족한 화재·구조·구급대원을 증원하고 신설 소방서 등에 배치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는 2017년까지 소방장비 노후화율을 0%로 만들겠다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 생명은 보호
  소방관의 생명은 비보호
  소방관의 건강 문제에 관한 논란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 초 SBS 시사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는 ‘그들의 생명은 누가 지키나’라는 주제로 소방관이 처해있는 현실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장에서 불에 타며 생기는 유해 물질이 혈액암이나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이로 인해 사망한 소방관도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정부는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공무 중 사망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 보상금마저 지급하지 않았다. 소방관들의 유가족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몸 바쳐 일하지만 나라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 공무 중 부상임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수월한 편이지만 현장 사망이나 부상이 아니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혈액암과 같은 질병은 오랜 기간 현장 활동으로 인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정확한 발병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공무상 재해로 승인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주요 소방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무상 재해 신청 중 12.5%가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이 까다로운 승인 기준 때문에 소방관 대부분이 자비로 치료를 받거나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소방관 외상 후 스트레스
  일반인보다 10배 높아
  소방관의 건강 문제는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7일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 의원이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소방관 자살현황 및 순직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자살한 소방관은 총 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9명은 우울증 등 신변비관으로, 10명은 가정불화로 인해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에는 12명의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6월 국민안전처가 공개한 ‘2014년 전국 소방공무원 심리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심리치료를 받은 소방관은 4년 전보다 16.7배 늘었고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률은 10배, 우울증은 5배, 수면장애는 4배 정도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명감 잃지 않는 소방관
  이와 같이 소방관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도봉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박상률 소방관(이하 박 소방관)은 장비 노후나 장비 부족에 대해 “서울은 그나마 새로운 장비를 지급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소방관으로서 속상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방관 인력도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신임 소방관이 충원되고 있지만 아직도 인원이 부족해 많은 소방관이 업무과중을 호소하고 있다”고 현재 소방관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박 소방관은 “장난 전화나 음주자의 신고라도 일일이 확인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장난으로 정말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장난 전화는 삼가달라”고 부탁했다. 덧붙여 “도와주려는데 되려 폭행당하거나 욕설을 들으면 힘들 때도 있지만 매번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일어난다”며 소방관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많은 단체에서 소방관을 응원하려고 소방 장갑을 지원하거나 소방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도 소방관은 매시간 위급한 상황에 출동해 사람들을 구조한다. 국민을 구조하는 소방관을 이제는 우리와 정부가 함께 구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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