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의 등급은 전문성에 있다
[사설] 대학의 등급은 전문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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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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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에서 대학은 늘 화두에 속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에 대학개혁이 있다면 그 실상은 대학의 등급 부여와 그에 따른 정원조정이다. 등급이 대학의 목줄인 셈이다. 신문에는 대학의 순위가 발표된다. 대학들은 긴장하고 순위가 올라가거나 상위에 랭크되면 그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그 반대라면? 아마 회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거나 아니면 ‘여우와 신 포도’처럼 순위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무시할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과 아시아 몇 나라라 할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대학은 순위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평가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평가에 특별히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등수 사회’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등수에 집착하며 산다. 초등학교부터 성적 등수에 관심을 가지고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의 등급도 나뉜다. 특목고, 자율고 등이 생긴 것이 그렇다. 대학교는 더하다.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의 서열을 마치 조선 왕조를 외우듯 첫 글자로 줄줄 읊는다. 취업을 할 때 직장에도 등급이 있다. 공기업,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도 몇 위의 기업이라는 등수를 매긴다. 나라 경제도 등수를 매겨 GDP나 GNP를 등수로 본다. 분야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등 한다는 등수도 발표한다. 이렇게 등수는 우리 문화가 됐다. 인터넷 댓글도 ‘일빠로 달았다’고 자랑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팔로워 수도 등수가 된다. 어디서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세계 몇 대’나 ‘국내 몇 대’ 혹은 어느 분야 몇 대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사용한다. 이뿐이랴. 최대, 최연소 등의 말에는 누구나 솔깃해한다. 최연소 합격, 최연소 입사자는 궁금해도 그들이 최고의 실력을 가졌는지는 관심이 없다. 아직까지 죽을 때는 등수를 매기지 않아 다행이다. 만약 등수를 매긴다면 서로 일등으로 죽으려고 다툴지 누가 알랴. 따라서 등수가 높은 사람은 자부심을 가지고 낮은 사람은 기가 죽은 채 지내야 한다. 일등 하는 사람은 일등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대학에 대한 평가는 등수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대학은 한 사회와 국가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비록 요즘은 대학이 대중 교육기관으로 의미가 퇴색하고 있지만 그래도 최고의 지식인이 모여 있고 전문가를 교육한다는 역할을 언제라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적 평가가 아니라 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논문의 수가 문제가 아니라 논문의 내용이, 강의의 점수가 아니라 강의의 질적 수준이 높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 등수 시스템은 그것을 방해할 개연성이 높다. 물론 등수도 높고 그에 맞춰 수준도 높은 것이 가장 좋다. 등수는 높지 않지만 질적 수준이 높으면 그에 못지않게 좋을 것이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적지 않은 명문대학들처럼 질적 수준은 낮지만 등수는 높을 때도 우리사회에서는 ‘장사’가 된다. 가장 나쁜 것은 대학의 등수가 낮고 그마저도 계속 추락하는데 그것을 신 포도라 외면하며 질적 수준에는 관심이 없을 경우다. 우리대학은 이 중 어디에 속할까. 그것은 확실치 않지만 마지막 경우에 속하지 말아야 할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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