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작은 씨앗이 되길
이 사회의 작은 씨앗이 되길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9.12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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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공부하던 평범한 대학생이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그녀와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이 한 데 모여 만든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이하 청네)’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세상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청네 문유진 위원장(이하 문 위원장)을 만나봤다.

  평범한 법학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다
  “저는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죠.” 평범한 학생이던 그녀는 대학에 입학해 인생의 멘토를 만났다고 한다. “법학과에 입학해 한 교수님의 전공 수업을 듣게 됐어요. 이 교수님이 지금 제 지도 교수님이신데 당시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데 그게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걸 배우게 되면서요. 이때부터 교수님을 쫓아다니면서 강연, 토론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공부했어요.” 문 위원장은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 인권 변호사라는 꿈까지 꾸게 됐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살아야지’하는 막연한 꿈은 있었어요. 근데 전공이 법이다 보니 나중에 인권 변호사가 돼서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청네에 열정을 쏟아낸 청년들
  법학도로서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던 문 위원장은 우연한 기회로 청네의 설립 멤버로서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군대에 간 전 청네 대표가 인터넷 카페에 ‘사회문제에 대해서 청년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대안을 만드는 활동을 함께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 글을 본 저를 비롯한 다양한 학교의 다양한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죠. 그게 ‘복지국가소사이어티’라는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기자단 활동이었어요.” 기자단 활동을 통해 모인 청년들 중 뜻이 맞는 청년들이 함께 청네를 설립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연한 기회로 모인 건데 여기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해요. 청네에 모인 청년들은 대부분 기존에 이루어지고 있던 사회운동에 참여해본 경험도 없고 심지어 학교에서 학생회 활동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었어요. 결국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었지만 마땅한 플랫폼이 없다보니 해소를 하지 못해 답답했던 거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열정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건강한 사회를 꿈꾸며
  “사회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또 그 대안을 찾아나가는 데 참여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그 플랫폼이 돼주는 것. 그것이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에요.” 현재 청네는 이를 위한 교육활동, 연구활동 그리고 정책제안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청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사회문제에 대한 강연, 책읽기 모임, 문화모임 등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청년들이 우리사회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노력해요. 청년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연구활동도 하고 있어요. 아무런 콘텐츠 없이 대안은 나올 수 없고, 또 어떤 문제제기를 위해서는 정확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정책들을 국회나 지자체에 제안하는 정책제안활동까지 이어나가고 있죠.”

  청네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유·평등·연대·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태어났든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을 꿈꿔요. 부자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든 가난한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든 최소한의 삶의 질은 보장받아야 해요. 저희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요.”

  스스로를 돌아보다
  문 위원장에게 4년 동안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묻자, 그녀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활동이 있어요. 바로 ‘워킹푸어 청년의 삶에대한 질적연구’예요. 기억에 참 오래 남는 연구죠.” 그녀는 청네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자신이 청년들의 삶을 많이 개선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고 자만이었다.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이 너무 많더라고요. 제가 여태까지 접한 청년 대부분은 ‘서울에 사는 대학생들’이었죠. 이들은 큰 청년집단 안에서 굉장히 일부일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좀 더 나은 상황에 놓여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해당 연구 중, 인터뷰 일정이 잡혀있던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정말 충격이었어요. 우리가 정책의 외면만 보고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됐죠. 겉보기에는 굉장히 좋은 정책인데 시행되고 적용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청년들이 더 절망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사후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다고 한다. “최근 시행되는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정책 시행 이후에 더 좋은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후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하단 걸 알게 됐어요.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연구였어요.”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자
  문 위원장은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아 늘 고민이라고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참 안타까워요. 사실 이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제나 강연할 기회도 생기니까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얻는 게 있지만 돈, 명예, 권력 같은 것들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동료들이 청네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온 사람, 혹은 내가 이 활동을 해서 대한민국을 획기적으로 바꿔보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온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다들 활동을 하면 할수록 사회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느껴요. 저희는 ‘우리가 열매를 맺으려고는 하지 말자. 우린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자’는 얘기를 해요. 시간이 흘러서 우리가 지금 알리고, 공부하고, 또 제안하는 것들이 언젠가 당연한 것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이 활동을 해나가는 것 같아요.”

  마음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문 위원장은 현재 대학원생으로, 학업과 청네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실 많이 힘들죠. 지난 학기에는 새벽 4시 전에 집에 들어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이 좋아요. 현장과 학문을 같이 접하는 건 아주 좋은 공부거든요. 이론을 쌓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정책 전문가들과 논의해볼 수 있어서 배우는 건 배가 됩니다.”

그녀는 앞으로도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서 이를 바탕으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청네 활동을 통해서 수많은 정책 입안자와 정책 대상자를 만나면서 정책이 가진 힘을 실감했어요. 좋은 정책이 도입이 되면 누군가의 삶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뀔 수도 있더라고요. 제가 공부하는 것들, 연구하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내놓은 아이디어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또한 그녀는 마음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음으로는 공감하고 이해해서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냉철한 시각으로 정책과 사회를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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