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리타분한 성교육②
우리나라의 고리타분한 성교육②
  • 이충민 웹툰 작가
  • 승인 2016.09.26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정 내 성교육은 필수, 성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최근 우리나라의 성범죄 현황과 밤 문화 실태는 한숨을 불러일으킨다. 미디어의 발달로 자극적인 음란물을 접하기 쉬워졌고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성 의식과 성 문화는 위험해졌다. 카카오톡 단체방 성추행과 MT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대학가의 성 의식 역시 추락했다. 이 같은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현실적이지 못한 학교 성교육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평생의 성의식 입지를 세워야 할 시기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해 올바른 성 의식이 자리 잡히지 못한 채 성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 형식적인 성교육은 무의미할 뿐이다. 전문가들 역시 시대 역행적인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지적한다. 학교의 성교육과 가정 내 성교육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에서의 탄탄한 성교육,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부모들이 학교 성교육을 성교육 부재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주 큰 직무유기다. 부모들은 가정 내 성교육이 바로서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 성교육으로 이어져 발화된 것을 인정하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학교 성교육 강국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필리핀과 같은 나라는 자국의 좋은 성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유를 성교육의 연속성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연속성의 기반에는 그들의 가정 문화 안에서 그들이 성을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정서적인 장점이 있다. 우리 가정 내 성교육에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이런 정서적 훈육방법이다. 성교육의 가장 큰 스승은 선생님이 아닌 부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모에게 성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다.먹고 살기 바쁜 대한민국 성장통 시대를 살았던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또 체면 문화가 가득한 유교 문화권인 우리나라 정서도 한 몫 했다.

  성은 금기시되고,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이 미덕인 사회가 만들어낸 자화상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세대는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다음 세대인 우리 자녀들에게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끼리 왜 이래?” 누가 이런 말을 만들었을까? 실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섭기만 하다. 가족끼리 스킨십하지 않으면 대체 누구와 한단 말인가? 가정 밖으로 나가, 불륜 행위가 성이고 음지 속에서 행하는 것이 스킨십인가? 부부끼리 사랑하지 않으면, 부모가 서로를 사랑하는 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 자녀는 어디서 배워야 하는 것인가? 체면 때문에, 내가 배우지 못한 민망한 교육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밖으로 내몰 생각일까? 성교육을 가정에서 받지 못하는 자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위기 속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기기와 같은 정보매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것이다. 친구를 통해 성을 처음 접하게 될 것이고 아무런 판단과 기준 없이 학습된 성 의식이 평생 그들의 성 가치관이 돼 사회에서 그 영향
력을 행사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 성교육에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아날로그를 지내온 우리와 달리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성에 대한 막대한 정보를 얻고 검색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어렵게 구하던 음란물을 지금은 결제와 회원가입 없이 SNS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음란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명확한 기준과 분별력 등 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분명히 부모에게 가정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부모들의 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호르몬이 분비되는 사춘기에는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우리 자녀에게 다가올 아름다운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해줘야 할 역할이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누구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정에서 생명과 사랑이 담긴 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녀가 주체적이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부끄러움 없는 성을 교류하는 것. 그것이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느끼고 누려야 한다. 그것이 가정에서 우리 아이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다.

 

 


  연령에 맞는 성교육은
  자녀를 성장시키는 지름길

  특히 가정에서 성교육 시 연령별 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영유아 시기를 거쳐 미취학 아동에게 이르러 반드시 부모가 자녀에게 연령에 맞는 성교육을 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성교육을 자녀들과 이야기를 통해 끊임없는 대화로 이어간다. 유대인들은 수다로 창의적 사고를 배우고 감정적 표현을 학습한다. 토론식 교육을 가정에서 이미 시작하는 것이다. 묻고 대답하고 드러내 부모와 성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이야기로 접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 자료나 훌륭한 매뉴얼이 있어서가 아니다. 성을 대하는 부모의 생각이 전달되고 부모가 주는 정서적 안정 속에서 긍정적으로 성을 바라봄이 훌륭한 교육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교육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선진 교육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맞는 가정 내 토론식 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1970년대까지 청소년 성 문제가 화두가 되었던 네덜란드는 ‘No Means No’ 성 의식 교육을 가정에서 사회적, 국가적으로 제도화했다. 싫다는 것은 진짜 싫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교육 그것이 ‘No Means No’ 캠페인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거절하는 방법으로 상대방과 건강하게 소통할 때 데이트폭력과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여성이 싫다고 할 때 싫은 감정과 표현을 온몸과 마음으로 인정해 주는 것. 이것이 멋진 남성상임을 남성들이 어려서부터 알아가는 교육이다. 우리는 딸이 싫다고 해도 억지로 뽀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본다. 싫은 표현을 해도 그 모습 또한 귀엽다고 아빠의 뽀뽀세례는 멈추질 않는다. 이미 어려서부터 싫다는 표현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없으니 계속 밀어 붙이기’, ‘여자들의 거절은 내숭이니 더욱 강하게 대시할 때 여성은 넘어온다’와 같은 발상은 이런 기초교육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아동기를 지나 사춘기가 오면 급격히 부모와 자식 간 대화의 단절이 시작된다. 그때 대화의 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자녀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부모들의 행태는 오히려 단절을 부축인다. 그렇게 성교육은 훈육되고, 간섭되고, 통제된다. 이것을 뒤집는 교육이 가정 성교육이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사이에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따뜻한 성적인 대화가 있다면 소통의 단절 시기가 찾아와도 기존에 정립돼 있던 그들의 중심교육이 분별력과 판단력을 일으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유산된 성 가치관은 청소년기에 부모와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도 회복 탄력성으로 작용해 자녀들은 올바른 성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성교육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가는 것

  지금까지 학교 성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가정 내 성교육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아동·청소년의 현실적인 성 문화를 파악하고 효율적인 성교육이 성인에 이를 수 있도록 지속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에 청소년 첫 경험 연령이 12.4세였다. 이러한 문란한 상황에 정부는 심각성을 판단하고 국가적 진단이 내렸다. 30년 동안 지속적인 학교 성교육과 가정 내 성교육으로 사회 변화를 모색했고 2000년대 들어와 청소년 첫 경험 연령이 18.8세로 늦춰지는 성교육의 효과를 이뤄냈다. 건강한 성교육의 힘이 입증된 것이다. 지금 네덜란드는 청소년 첫 경험 시 98% 이상 피임을 한다. 이는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네덜란드는 10대 청소년 임신율과 낙태율 세계 최저 국가로 새롭게 재편성돼 성교육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30년간의 변화 중 가장 큰 노력은 피임교육을 어릴 적부터 진행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부모를 통해 피임교육이 진행될 때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준비된 성관계의 중요성을 각인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러한 노력은 가정에서 시작돼 사회적, 국가적 제도로 자리 잡았고 남녀 모두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미 친숙하게 피임교육을 받고 있다.

  가정에서 실시할 수 있는 부모교육 또한 확대해 성교육기관과 지자체를 통한 부모 성교육의 확산을 일으켜야 한다. 디지털 문화 속 왜곡된 성 문화를 모니터링하는 움직임도 많아져야 한다. 문제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이버수사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속 성문화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작업들이 병행되고 예방교육이 교안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성교육은 평생교육으로 인식해 성장 시기에 맞춘 다양한 성교육 교과를 만들어 유아기부터 대학까지 제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분명히 어려운 일이지만 북유럽의 성공사례로 우리나라도 성교육에 관한 개혁적 성과를 이루도록 계획해야 한다.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엄마 뱃속 태아가 자기 성기를 가지고 놀듯이 우리 인간이 아주 따뜻하고 아름답게 누려야 할 느낌인 것이다. 성교육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교육이야말로 가정에서 부모가 만들어야 할 큰 책임교육임을 우리가 이해할 때 성은 바로 설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