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덕성에서 벌어지는 '아무 말 대잔치'
[사설] 덕성에서 벌어지는 '아무 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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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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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SNS에서 떠돌던 재밌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아무 말 대잔치’라는 제목을 달고 올라온 이 사진은 ‘집단적 독백’을 설명하기 위해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다. 이 사진에서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소통이 되진 않고 있다. “우리 아빠는 경찰관이야.” “그래서 뭐, 난 6살이야.” “아빤 정말 멋쟁이야.” “어제는 내 생일이었거든.” 두 사람은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아무 말’만 내뱉고 있다.

  사람들이 이 사진을 재밌어한 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집단적 독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에서 혹은 사람들과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집단적 독백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채 자기중심적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집단적 독백이 ‘교육심리학’에 등장하는 용어라는 것이다. 피아제라는 학자가 주장한 인지발달단계에서 전조작기 단계(2~7세 정도 아동으로 아직 논리성이 부족한 상태)의 아동 중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할 경우 나타나는 것이 바로 집단적 독백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수다를 떨 때 나타나는 집단적 독백 현상은 이 같은 사진으로 장난치고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의 관용을 베풀 수 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나타나면 관용이 불가하다. 지난 13일 우리대학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온 학칙 및 학칙시행세칙 개정 공지로 학교가 떠들썩했다. 성적평가와 관련된 부분이 논란이 됐는데, 교무처가 의도한 바를 많은 학생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해 성적평가 개정에 반발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공지사항에 올라온 학칙시행세칙개정안이 한눈에 봤을 때 이해하기 쉬운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혹스러운 것은 개정안을 확인하고 개정에 관여하는 주체 중 하나인 총학생회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으며 5월 중에 해당 개정안이 공지된 것조차 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조차 오해한 이번 사건은 교무처와 총학생회 간의 면담을 통해 이해를 돕는 새로운 공지가 올라가면서 여론의 방향이 바뀌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번 개정안을 공유하는 과정에 대해 총학생회와 교무처가 기억하고 있는 바가 다르다는 점이다. 총학생회에서는 “개정안에 관해서 전해들은 바가 없다” 하고, 교무처는 “개정안을 이전에 설명했다”고 한다. 총학생회와 교무처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졌었다면 이번 해프닝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불통문제는 비단 교무처와 총학생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대회 취소, 교과과정 변경, 개방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재구성 등 우리는 반복적으로 이런 문제를 겪어왔으며 현재까지도 문제를 쌓아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집단적 독백을 내뱉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대학은 각 단위별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자기 기준에서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전조작기 단계의 어린아이가 아니다. 우리대학에 벌어지는 ‘아무 말 대잔치’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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