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4.05.22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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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공강 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교정 잔디밭에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는 덕성인들을 보고 있자니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앉아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참 정겨워 보인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주제가 조금 무겁고 사적인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대화는 뚝 끊겨버릴지도 모른다. 서로의 주장이 대립될 수 있는 대화는 되도록이면 만들지 않고 설사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흥분하거나 길게 얘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는 쿨한 모습이다. 촌철살인과 같은 한마디 혹은 침묵 이것이 우리의 선택의 폭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이 딱히 진리를 꼬집어내는 말이거나 필요에 의해 계산된 속셈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라도,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는 따뜻한 다독임이 있다. 분명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말이 남에게 들리지 않더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대부분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이 교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맛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삭막한’곳이 바로 대학의 강의실이라는데 목소리를 높인다. 교수와 학생은 강의실에서 만난다. 그러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만 보더라도 지금, 교수는 어디에 있고, 학생은 어디에 있으며, 이들이 만나는 강의실은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학부제 시행이후, 같은 과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수업 듣는 서로를 알지 못하고, 강의실에서 교수는 다만 강의에, 학생은 필기에 열중할 뿐이다.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교수와 학생이 만나는 온기 넘치는 강의실 풍경은 오래된 추억거리가 되어버렸다.

 강의실 뿐만이 아니다. 덕성 전체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덕성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경쟁력 있는 대학을 추구한다는 명목아래 당장 닥친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학의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학내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야말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학교 구성원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부터 먼저 해 나가야 한다. 덕성이라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구성원들이 ‘덕성’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끌어 안을때,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지금,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성원들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면에서는 많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더 나아가서는 덕성전체가 나아가야 할 지향목표에 대해서조차 구성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학교당국이 변화의 시작 보고서에서 제시한 지향목표를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식의 의사소통의 결과, 변화의 기본시작점인 지향목표조차 제대로 합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화의 강행만을 외친다면, 허공에 맴돌다 곧 사그라질 불꽃이 되고 말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말이 서로 들리지 않는다면, 적절한 대화를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나만의 세계가 아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세계가 되길 바란다. 물론 모든 대화에서 서로의 이해를 바라고 다독거려주는 감상적인 해결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력이란 단어가 있지 않은가. 시도도 해보지 않고 서로를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는 태도야말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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