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디저트 소비와 우리
[교수칼럼] 디저트 소비와 우리
  • 유병희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6.10.11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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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음식의 종류가 세분되면서 ‘디저트’ 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음식이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즐길 거리’로 여겨지고 한국사회에서 디저트가 점차 주목을 받게된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각 노마드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맛집에 대한 관심과 함께 디저트 및 디저트 카페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디저트 소비 증가는 크게 세 가지 소비 욕구로 설명 가능합니다. 첫째, 전반적인 소비 수준이 위축된 경제 환경 속에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본인의 소비를 통제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써 선택적인 제품군에 대한 아낌없는 소비를 보이며, 이러한 보상적 소비의 대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저트 소비입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작은 사치’로 불리는 상향-소비(trade-up)에 해당하며, 이는 주로 충동구매 혹은 쾌락적 소비 행동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작은 사치’는 충동적인 소비자 혹은 쾌락지향적인 소비자에게서만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통제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속적인 자기통제는 소비자의 심리적 자원을 고갈시키며 이는 단기적인 만족을 극대화하는 쾌락적 제품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둘째, 유명 디저트 가게 등 맛집 방문 사진을 페이스북(Facebook)이나 인스타그램(Instgram) 등의 SNS에 올리는 것과 같은 ‘새롭고 특별한 디저트의 소비경험 공유’가 일종의 자기 표현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식품 선택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받으며, 특히 소비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음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특별한 음식의 소비를 통한 자아 이미지 표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 등은 소비자의 자아표현 욕구에 부응하는 고유한 이미지를 개발하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유형의 식품으로서의 디저트 소비는 소비자의 경험적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특히 최근 여가활동으로 외식 소비를 즐기는 국내 20~5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경험 수집’ 활동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수집하는 경험 중 여행 다음으로 많은 것이 ‘이색적인 식당 또는 카페 방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온라인 블로그 혹은 SNS를 통한 구전 활동 등을 통해 간접적인 체험을 재생산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의 수집은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데 그 이유는 경험 수집으로 얻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생각을 나누면서 타인과 교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했던 군산의 유명한 빵집 ‘이성당(李姓堂)’은 해방 이후 ‘이(李)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의미의 현재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일정한 시간에 제한된 수량만 판매하는 단팥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그곳 단팥빵의 희소성과 빵집의 역사성을 경험합니다. 또한 자신의 뒤에 점점 더 길게 늘어서는 다른 소비자들을 쳐다보면서 상대적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편 빵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선 빵집 밖에서는 축제 현장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빵을 획득하는 순간 ‘빵을 손에 넣었다’는 성취감을 갖는 것입니다. 이들 소비자에게 이성당의 단팥빵은 군산의 역사와 맛, 그리고 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의 경험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디저트 소비를 통해본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허락된 자원 수준 내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경험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무심코 하는 나와 친구들의 행동 속에 어떠한 비밀이 숨어 있는지 항상 관찰하는 것은 훌륭한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습관입니다. 오늘은 어떤 맛집에 갈까? 어떤 사진을 올리지? 이렇게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 속에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숨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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