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축제에는 맥주, 대학축제에는 상업문화
맥주 축제에는 맥주, 대학축제에는 상업문화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5.22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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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에 ‘삼바축제’, 독일에 ‘맥주 축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학 축제’가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이 각각 문화, 역사적으로 고유한 축제의 전통을 이어온 반면 우리의 축제문화는 관혼상제와 같은 전통적 형식 외에는 그 유명세나 인지도에 있어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이는 곧 의식으로서가 아닌 단순히 먹고 즐기기 위한 한바탕 놀거리가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단절되었다는 뜻이다. 옛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야 남사당패와 같은 각종 놀이패가 온 동네를 돌며 농사일에 지친 서민들에게 활기를 주는 정도까지 허용 된 듯하지만 한일합방, 그리고 6·25라는 역사적 사건 이후,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여유를 즐길 틈이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인생이 고달픈 까닭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즐긴다는 것은 흥청망청 노는 게으름정도로만 여겼던 60~70년대 사회적 분위기의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터인지 축제는 여유로운 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계층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듯 하다. 한 이 삼일 정도는 먹고 놀아도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의 특권을 가진 ‘대학생’이라는 엘리트집단으로 말이다. 이처럼 여느 나라와는 달리 그 축제가 지역의 특산물이나 문화적 전통이 아닌 계층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축제인 대학 축제는 과연 그 주체가 대학생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매년 2월 브라질 ‘히호’라는 지방에서 4일간 벌어지는 삼바 축제는 온 거리의 상점을 모두 굳게 닫고 학교도 휴교하며 그 지역 사람들 모두 참가하는 한 바탕의 춤판이 벌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우리의 축제, ‘대학 축제’는 도대체 어떤 특징과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요즘은 그 주체가 대학생인 것조차 특징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야 대학생이라면 그야말로 고등 교육을 받은 몇 안 되는 지성인이었다지만 오늘날 20대 초반의 대부분은 모두 대학생이니 말이다.

 불행히도 현재 ‘대학 축제’는 어떠한 특징보다는 단점이 많은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대학 축제’에는 그 어떤 주제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 지적 될 수 있다. 왜 축제를 하는지 어떤 주제와 목적을 가지고 무엇에 의미를 두고 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말 그대로 요즘은 대학생이 대학교에서 축제를 벌인다가 전부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 ▲대학 문화를 즐기기 위함 ▲대학생들끼리 하나가 되는 단결과 소속감 등 몇 가지 명분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 첫 번째는 이미 각종 유흥 문화로 충분히 개개인이 사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요즘 시대의 대학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 더욱이 휴강하는 수업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축제기간에 그 ‘휴식’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보장 또한 없다. 두 번째 ‘대학 문화를 즐기기 위함’이다’는 더욱 허울 좋은 명분이 아닐 수 없다. 대개의 대학이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내세우는 것은 유명가수 누구의 출현이나 단과별 동아리별 주점뿐이 더 있겠는가. 대학문화가 살았느니 죽었느니 논란이 많은 이 시점에 이러한 구성과 내용으로 대학문화를 운운하는 것은 ‘상업문화’가 곧 ‘대학문화’라는 억지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 축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오늘날의 대학 축제는 단연히 철저히 상업적이며 무의미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의 단결과 소속감은 대학 축제의 가장 이상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만은 않다.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해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이 일반학우들과 축제를 준비하는 총학생회와의 불협화음이 아니었던가?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학우들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해 내지 못해 자칫 소수만을 위한 ‘동네잔치’로 끝나기 마련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되자 대학가 이곳저곳에서는 축제와 젊음의 열기로 한 바탕 열병을 치뤘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유흥·소비문화로 한 바탕 열병을 앓고 난 뒤 우리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의 축제 문화에 그 의미가 그 주제가 부재하다면 우리는 우리 대학만의 축제의 주제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텔레비전만 틀면 볼 수 있는 연예인에 열광하거나 투철한 경제관념으로 돈벌기에 열중하지 말자. 한 삼일 휴강하는 수업 덕택에 잠이나 더 자자는 식의 무관심한 태도나 무절제하게 술 마시며 부리는 객기도 피하자. 대학생일 때 할 수 있는 일들 즉 기발한 상상력과 새로운 감각으로 축제의 문화,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무한하다. 더군다나 지금까지는 그 시도조차 적었기 때문에 방법 또한 많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 올해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한 상담’이라는 공간을 마련한 경북대와 인근 지역의 노인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청해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한 대구 카톨릭 대학교의 축제는 그 주제나 기획에 있어서 주목할 만할 것이다. 하루라도 늑장을 부리면, 달리지 않으면 금방 낙오자가 되어 버리는 살벌한 경쟁 사회, 대한민국에서 여유를 즐기며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은 대학 4년, 5월이라는 봄날뿐이다. 이 봄날 대학생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참신하면서도 지적인, 감각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우리의 축제 문화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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