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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사인(死因)이 주는 사인(Sign)
2016년 10월 11일 (화) 19:14:34 정혜원 기자 wgdcjswo@hanmail.net

  지난해 열린 ‘1차 민중총궐기’(이하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지난 9월 25일 사망했다. 그가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에는 경찰이 배치됐다. 그의 사인을 밝히겠다며 부검을 진행하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에서는 경찰 살수차의 수압으로 인한 외상이 발병 원인이 됐기 때문에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군다나 발병 원인이 명확한 고인을 부검하려는 것은 고인의 기저질환을 사인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계속해서 병원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많은 시민이 이를 막기 위해 병원으로 모여들었다. 경찰과 시민의 대치 끝에 백남기 농민의 시신은 장례식장에 안치될 수 있었다.

  현재 정부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한 사과는 커녕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주장하며 “물대포를 맞고 바로 뼈가 부러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이 중태에 빠진 것에 사과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사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한 후에 사과를 해야지 결과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민중총궐기가 폭력시위로 변질돼 물대포를 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백 번 양보해 백남기 농민에게 가해진 물대포가 실수였다 치더라도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것이 도리 아니었을까.

  우리는 언제쯤 정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고인의 사인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사회가 아닌 고인의 죽음에 함께 아파하는 정부가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여전히 논란 중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현대사회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문제와 관련되길 주저하고 정권에 맞서길 두려워한다. 루소가 “누군가 나랏일에 관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하는 순간 그 나라는 끝장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듯 우리는 지속적으로 나라 정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백남기 농민 사망이 국민들의 탓이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다지자는 것이다.

  정부가 사고나 재해에 미흡하게 대처했을 때 종종 ‘제2의 세월호 사건’이라 칭하곤 한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같은 재앙이 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언제 어디서 ‘제2의 백남기 사건’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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