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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캔 커피와 김영란법
2016년 10월 11일 (화) 19:21:08 - -

  김영란 전 대법관이 2012년부터 추진해온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현재 시행중인 법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처음 제시한 법안과 그 적용 범위 등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공직 사회의 부패를 막고 ‘접대 사회’인 한국의 현주소를 개선하고자 한다는 의의는 여전히 같다.

  김영란법에서 이야기하는 공직자에는 대학의 교수와 교직원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여러 논란이 생겼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장 먼저 들어온 신고는 한 교수가 학생으로부터 ‘캔 커피’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학교나 이름 같은 자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아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성적이 나오기 전에 교수에게 커피나 과자 같은 선물을 준다거나, 스승의 날이나 생일에 선물을 주는 것 역시 김영란법에 위배된다. 실제로 여러 학교에서 김영란법을 의식해 교수와 학생들의 식사자리를 취소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졸업 이전에 조기 취업을 한 학생이 학점을 인정받는 관행인 취업계 역시 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취업계 역시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2일 전인 26일, 각대학에 ‘조기 취업한 학생들의 학사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칙 개정 또는 기타 방법을 통한 교육과정 이수 인정 방안 마련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나 우리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은 여전히 학칙 개정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 9위에 선정됐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밥 한 끼를 대접해도 고급 음식점으로 가고 명절에는 비싼 한우세트를 선물한다. 골프장은 ‘접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이고,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성 접대도 감내해야 한다는 말까지 돈다. 영화 <내부자들>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성 접대 문화를 보여주는 영화다. 많은 이가 <내부자들>을 픽션이 아닌 우리사회의 모습 그 자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접대 문화가 팽배해 있으며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김영란법은 도덕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우리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법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우리사회 고위 공직자들 혹은 기업인들의 비리와 접대 문화를 없애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김영란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가장 먼저 들어온 제보는 ‘교수가 한 학생이 준 캔 커피를 받았다’는 것이다. 고작 캔 커피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이런 상황이 웃기고 황당할 수 있다. 취업계와 관련된 논란도, 캔 커피가 접대라는 신고도 불필요한 논쟁이라며 김영란법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사회가 홍역을 치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홍역은 독한 전염병이지만 한 번 걸리면 다시 걸리지 않는 병이다. 지금 겪는 모든 일들이 홍역이 돼 김영란법이 우리사회를 접대 사회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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