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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솔로워즈와 강의실 풍경
2016년 11월 07일 (월) 20:29:54 이상준 수학과 교수 -

  얼마 전 TV에서 <솔로워즈>라는 미팅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남자 50명과 여자 50명이라는 대규모의 참가자 수로 화제가 됐지만, 기존 미팅 프로그램과의 더 큰 차이점은 성사된 커플들에게 ‘천만 원’이라는 큰 상금을 준다는 점이다. 여기서 천만 원은 각각의 커플마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금의 총액이며 커플의 숫자로 나뉜다. 즉 한 커플만 성사되면 그 커플이 천만 원을 모두 갖지만 여러 커플이 성사되면 천만 원을 커플의 숫자로 나누어 갖게 된다.

  큰 상금과 1/n이라는 독특한 상금 분배 방식 때문에 출연자들의 행동 패턴이 타 미팅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보통의 미팅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과 커플이 되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과는 다르게, <솔로워즈>에서의 여러 참가자는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참가자와 커플이 되는 것, 즉 상금을 받는 것을 목표로 행동했다. 또한 다른 커플이 많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커플이 될 듯한 다른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닉네임이 ‘솔로워즈 필승법’인 한 참가자는 기존 회차 출연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을 가지고 이에 따라 몇 명의 참가자와 동맹을 맺어 행동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학 강의실 풍경이 떠올랐다. <솔로워즈>의 참가자들이 ‘사랑’과 ‘상금’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쫓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강의실에서의 학생들은 두 가지 다른 목표를 쫓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목표는 강의 내용을 학습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이 두 번째 목표인 좋은 학점을 받는 것에 더 치중하는 듯하다. 두 목표는 물론 상관관계가 있으며 좋은 학점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나도 대학원 시절에 ‘고급이산수학’이라는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강의에서 교수님은 1등, 2등을 한 학생에게 PDA(100만 원 상당)와 X-box(50만 원 상당)를 선물로 약속하셨고, 나는 이 강의를 열심히 공부해서 PDA를 받았다. 강의도 재미있었지만 분명히 그 선물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다. 그 과목의 수학 분야인 ‘이산수학(조합론)’은 지금의 내 연구 분야가 됐다.

  그런데 학점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으면 역설적으로 좋은 학점을 얻기 힘든 것 같다. 눈앞의 점수를 쫓다 보니 출석체크를 위해 강의실에 앉아 있고, 숙제는 매뉴얼을 보고 베끼는 경우가 생기며, 시험공부를 위해서 강의 내용은 이해 없이 암기하고 족보를 찾아 외운다. 그러다 보니 강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시험 문제를 조금만 바꿔내면 맞힐 수 없게 된다. 이런 공부 방식으로는 최대 B 정도의 학점은 받을 수 있으나 A 이상의 학점을 받기는 어렵다.

  반대로 강의 내용 자체를 즐기다 보면 좋은 학점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강의 내용을 즐기다 보니 강의에 집중하게 되고, 숙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며 풀게 되며, 이를 통해 핵심 내용을 잘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험에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렇게 익혔던 개념들이나 스토리들은 다음 학기들의 전공과목 공부에도 적용돼 좋은 학점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학생들이 학점이라는 목표를 떠나 강의 자체를 즐겨 보기를 바란다. 내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려운 강의 내용을 이해하려 머리를 싸맸던 기억, 밤새 숙제를 하며 씨름했던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물론 그리 많은 날들은 아니다). 알바와 스펙 쌓기로 일상이 바쁘고 마음이 조급하더라도,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공부 자체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이는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며,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직업을 갖더라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혹 그것이 아니더라도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전략 플레이를 펼치느라 다른 참가자와 썸(?)을 느낄 기회가 없었던 <솔로워즈>의 참가자 ‘솔로워즈 필승법’이 탈락하며 했던 말이다. “만약에 재도전을 한다면 그냥 다른 분들처럼 솔로워즈 자체를 즐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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