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총장직을 끝내 내려놓은 사건이 있었다.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놓고 학생들과 갈등을 빚으며 사퇴 요구를 받던 최경희 총장이 최순실 딸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교수들까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으로 불거진 사퇴 압박이 시작된 지 80여 일 만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러한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80일 넘게 본관 점거 농성을 하는 등 시험 기간도 고사하고 다수의 뜻을 피력하기 위해 싸웠다. 결국 총장은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격이 됐다.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교육 사업을 추진하려던 것이 도리어 화를 불러 일으켰다. 학생들의 끊임없는 사퇴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총장이 후발 사건이 일어나자 빼도 박도 못하고 총장의 독재가 막을 내린 사건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있다면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최순실 딸 특혜 의혹의 연장선으로 고구마 뿌리째 뽑히듯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태일 것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다수의 의견을 말살시키고 불도저를 타고 달리는 행위는 그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는다. 더불어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회에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곧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사회적 위치가 갑이든 을이든, 고용자든 피고용자든지 간에 사회는 더 이상 그러한 사람을 허용하지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명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데에 비해 국정 운영 수준과 사회 불평등 정도는 오히려 퇴보하는 듯하다. 부당하고 부정의한 소수만의 놀이판을 엎는 것이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관을 쓰고 자격 없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스스로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되는지 자문해보는 건 물론이거니와 여론이 원한다면 그 뜻에 따라 물러나는 게 맞다. 국민을 거느리는 공동체의 통치자라는 사람이 독불장군으로만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곳은 민주주의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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