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는 위험해
도로 위는 위험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11.2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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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되는 운전면허시험제도, ‘물 면허’가 ‘불 면허’ 될까?

  우리나라 운전면허는 ‘물 면허’라는 말이 있다.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면허를 딸 수 있고, ‘학원에 돈만 갖다 주면 면허가 나온다’, ‘원숭이도 면허를 따더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2011년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면허 취득이 쉬워진 탓에 초보운전자의 사고는 무려 약 30%나 늘어났다. 이에 다가오는 12월 22일, 드디어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제도가 개선된다.


 

  쉬운 면허시험, 어려운 운전
  현행 운전면허시험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폭 완화된 것으로 면허 취득을 보다 간편하게 해 국민들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덜겠다는 이유에서 시행됐다. 기존 장내기능시험에 존재하던 곡선과 굴절 코스 등이 사라지고, 교육시간도 60시간에서 13시간, 평가항목도 15개에서 6개로 감소됐다. 이에 간소화 이전 장내기능시험 합격률은 69.6%였으나 이후 92.8%로 증가했다. 그러나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78.7%에서 58.5%로 크게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연습면허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발생률 역시 간소화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습면허 운전자들이 장내기능시험을 통해 충분히 운전 기술을 학습하지 못했기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수능을 마치고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대학생A 씨는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면허를 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수능을 마치고 바로 면허를 취득했다”며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많아 시험 날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긴했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는 데 걸린 시간은 총 일주일 미만”이라고 밝혔다. 2종보통면허를 취득한 A 씨는 “나와 주변 친구들만 봐도 학원에 다니며 몇 시간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 쉽게 붙더라”며 “면허를 따기는 했지만 주차방법도 공식으로 알려줘서 면허시험장 내에 있는 지정된 주차 공간 외에는 주차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운전을 못한다”며 “렌터카를 빌려 여행 가자는 친구에게 농담식으로 ‘죽고 싶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했다”고 스스로 운전할 용기가 없음을 밝혔다. 올해 5월 면허를 취득했다는 장희찬(남. 20) 씨 역시 “면허를 취득한 뒤 혼자서 운전을 해본 적은 없다”며 “아버지와 함께 동네 근처를 두 번 운전해본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면허시험 당시 ‘빨리 면허를 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해서 운전을 할 수는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며 현행 면허시험의 문제를 지적했다.

운전면허시험제도 개정으로 면허시험장에 T자 코스가 추가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위험한 도로 상황에
  달라지는 운전면허시험
  대한교통학회에 따르면 초보운전자 사고 건수는 간소화 이전 1년간 6713건에서 간소화 이후 1년간 8251건으로 약 30%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6월 간소화 이전에 1년 동안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84만 3332명이었는데, 간소화 이후 1년 동안에는 약 62% 증가한 134만 2778명이 면허를 취득했다. 결국 쉬운 면허시험에 많은 사람이 면허를 취득했고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면허를 쉽게 따기 위해 중국에서 면허 관광을 오는 중국인까지 생겨났다. 2011년에 단기체류 중국인의 면허 취득 건수는 53건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무려 4662건으로 급증했다. 중국인의 면허 관광이 늘어나자 중국 상하이시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작년 초부터 한국 운전면허를 자국 면허로 교환해주지 않기로 하는 정책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오는 12월 22일부터 개정된 운전면허시험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로교통공단 우상태 담당자는 “초보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역량 제고를 위해 운전면허시험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장내기능시험의 평가 항목은 7가지로 늘리고 도로주행시험의 불필요한 항목은 삭제하는 것이 개정의 골자”라고 말했다.

  운전면허시험은 학과시험, 장내기능시험, 그리고 도로주행시험 총 세 단계로 이뤄진다. 현재 학과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총 730문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개정 이후 문제 개수가 총 천 개로 확대된다. 또한 장내기능시험의 경우 현행 방식은 50m 직진코스를 주행하면서 운전장치 조작과 차로 준수·급정지 등만 평가한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주행 거리가 300m 이상으로 늘어나며 경사로, 좌·우회전, 직각주차, 신호교차로, 전진(가속구간) 평가 항목이 추가되고 도로의 폭도 좁아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도로주행시험에서는 불필요한 평가 항목이 삭제된다. 현재 평가 항목 87개에서 57개로 줄어들어 자동채점 항목을 늘린다. 또한 운전전문학원에서 받는 의무교육은 현행과 동일하게 13시간으로 유지되지만 학과교육은 5시간에서 3시간으로 2시간이 줄어들고, 장내기능교육은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여전히 개선 필요한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제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현행 운전면허시험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개정된 이후의 제도 역시 여전히 ‘물 면허’라는 것이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번 개정안보다 더 강화된 개정안을 제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초보운전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보다 운전사고 발생률이 낮은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평균적인 운전면허 의무교육 시간부터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적인 운전면허 의무교육 시간은 우리나라 의무교육 시간인 13시간보다 4배 많은 50시간이다. 대표적으로 호주 120시간, 독일 72시간, 그리고 일본 57시간이 있다. 또한 정식면허와 임시면허를 구분해서 발급하는 나라들도 있다. 초보운전자들에게 당장 정식면허를 주기보다 임시면허를 발급해 운전자의 상태를 지켜본 뒤 운전을 할 능력이 된다고 판단되면 정식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는 호주의 경우 정식면허를 취득하는 데 4년, 프랑스는 3년, 그리고 독일은 2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운전면허시험 의무교육 시간이 총 60시간이었으며 합격률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는 국민들의 시간과 돈을 ‘지금 당장’은 아낄수 있다. 그러나 결국 면허를 땄지만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해 추가 연수를 받아야 하고, 미숙 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이러한 상황은 국민들의 시간과 돈을 아낀다고 볼 수 없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나를 비롯한 도로 위의 모든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선택이다. 많은 전문가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제도는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번 운전면허시험제도 개정이 도로 위의 안전을 지켜줄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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