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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채식 체험기
채식인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다
2016년 12월 07일 (수) 12:12:49 김유빈 기자 sallykim6306@naver.com

  기자는 기숙사에 사는 탓에 잦은 외식과 배달음식을 즐겼다. 특히 바쁜 마감 주에는 동료 기자들과 햄버거, 치킨 등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사를 한 날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자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아토피도 심해지고 점점 체중도 늘어갔다. 이에 기자는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결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건 채식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고민 끝에 페스코 채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날 기자는 본가로 향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으며 채식을 체험해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자의 어머니는 “갑자기 체질을 바꾸면 건강에 좋지 않다”며 걱정을 내비치셨다. 그러나 기자가 체험 의도를 설명하자 잘 해보라며 자색고구마와 단호박 등 여러 음식을 챙겨주셨다.
  
   
   

  채식을 시작한 첫날, 기자는 어머니가 챙겨주신 채소와 과일로 도시락을 챙겼다. 기자는 채식 첫 끼로 자색고구마 1개, 단호박 2조각, 사과 3/4개, 키위 1개, 견과류를 먹었다. 도시락을 챙기는 것이 번거롭다는 점만 빼면 채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은 오전부터 취재 일정이 있어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 결국 아침을 거르고 말았다. 점심 시간이 돼서야 기자는 학내 편의점에 들렀다. 평소 기자가 즐겨 먹던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같은 인스턴트 식품의 성분표를 살펴보니 육류가 포함되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었다. 편의점의 많은 음식 중 채식인이 먹어도 된다고 표시된 음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는 결국 구운 달걀과 바나나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기숙사로 돌아온 기자는 든든하게 밥을 먹기로 했다. 낮에 달걀을 이미 먹은 터라 간장과 참기름으로 밥에 대강 간을 해 김자반과 함께 먹었다. 평소 즐겨먹던 스팸이나 소세지와 같은 고기반찬이 없으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평소 빵을 매우 좋아하는 기자는 버터가 첨가되지 않은 빵을 파는 베이글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기자는 채식 표시가 된 다양한 종류의 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기자는 덥석 빵을 골랐다. 버터와 우유가 첨가되지 않은 빵을 사며 기자는 가게 주인에게 채식인이 먹어도 괜찮은지 다시 한 번 물었다. 버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가게 주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심하고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신문사에서 동료 기자들과 함께 저녁을 먹게 된 기자는 도시락을 꺼냈다. 동료 기자들은 기자의 눈치를 보며 배달음식을 시켰다. 평소 같았으면 맛있다는 리액션을 주고받았을 동료 기자들은 도시락을 먹는 기자의 눈치가 보였는지 조용히 저녁을 먹었다. 기자는 조용한 식사 자리에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도시락이 지겨워진 기자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고민하다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연어덮밥을 먹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장국은 먹어도 되는지 초고추장에 혹여나 고기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노심초사해야 했다. 의심이 가는 반찬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함께 간 동료 기자들은 기자가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몇 가지 챙겨줬다. 기자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기자의 친구들은 채식하는 기자를 놀리기도 했다. “다음에는 황제 다이어트 체험을 해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함께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조르기도 했다. 그 말에 마음이 동하기도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기간이라 채식을 하는 동안 몸의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기자가 채식을 하며 가장 신경 쓰인 것은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기자를 걱정하며 매일 전화를 하는 어머니와 기자의 눈치를 보는 동료 기자들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 먹을 수 없다는 점도 불편했다. 비록 짧은 체험이었으나 기자는 채식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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