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2]‘흔한’ 일이라고 해서 ‘아무’ 일인 것은 아니다
[독자투고2]‘흔한’ 일이라고 해서 ‘아무’ 일인 것은 아니다
  • 유지연 (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7.02.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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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과 2015년, 10년 사이에 성범죄 발생 건수가 2.5배나 증가했다. 성범죄 유형 중 42.2%가 강제추행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며 그 뒤로 카메라 촬영, 강간이 뒤를 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를 겪었으며, 나 역시 이 사람들 중 한 명에 해당한다.

  나는 대낮에, 큰 사거리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에는 정말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내 스스로도 그 일을 가볍게 여긴다. 내 스스로가 그 일이 이 사회에서 매우 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에게 이 일을 말했을 때에도, 당장에는 매우 놀라셨지만 나중에는 ‘별일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해’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마 나 또한 현장에서 가해자를 잡고 경찰서를 드나들어서 계속 생각이났던 것이지, 잡지 못했다면 그냥 ‘놀라고’, ‘재수 없었던’, ‘나쁜’ 경험이라고 여기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걸까. 당시에 가해자가 잡혀서 경찰차에 타있는 상황에서, 경찰관들은 나에게 경찰서로 함께 가야 하니 같이 차에 타라고 말했다. 성범죄자와 피해자가 그 좁은 경찰차를 같이 타고 가라니. 이뿐만 아니라 진술 또한 같은 방 안에서 이뤄질 뻔했다. 경찰관들 입장에서도 큰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직접 겪게 되니 성범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느끼게 됐다. 흔한 일이라고 해서 아무 일인 것은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피해자도, 그 주변 사람들도 말이다. 이런 태도가 성범죄 문제를 더욱 안일한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절대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에 얽매여 고통 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상황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제일 먼저 스스로를 달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의식에 갇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다. 이전에는 성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배워왔는데 이제는 그 후에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상황에 대한 교육이 아닌 ‘공감’을 통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피해자가 느끼게 될 공포, 두려움, 불안함에 공감하는 교육이 일찍부터 이뤄진다면 모두가 더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흔하다고 절대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분명 성범죄와 성범죄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있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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