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요즘같이 대한민국의 활기가 떨어져 있던 적을 본 적이 없다. 사람들 간의 만남이 줄어들었고, 거리에서 스쳐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도 밝지 않다. 마찬가지로 덕성여대에 재직해오면서 요즘같이 구성원들의 웃음과 활력이 떨어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학은 위기다!”라는 명제에 구성원들이 너무 위축돼 있는 것일까? 그런데 개강을 앞둔 상황에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눈여겨보면 상식, 소통, 원칙과 관련한 얘기들이 눈에 많이 띈다. 수강신청부터 각종 대학 행정과 관련한 사항들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일 처리가 안 되는 데에는 무슨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소통이 부족해 그 내막을 모르니 이해가 안 되고 불만만 쌓일 뿐이다.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련된 원칙이다 보니 구성원들은 그 원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지키려하지 않는다. 소통의 부재로 꼭 필요하지 않은 논란과 반목이 생겨남으로써 당사자들은 괴로워하고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구성원은 지쳐간다.
선배 교수님이 오래 전에 “덕성여대는 한국정치의 축소판 같다”라고 말을 하신적이 있다. 이 말에 덕성여대 식구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궁금하다. 현 시점에서 이 말에 동의하는 구성원들이 덕성여대에 압도적으로 많다면 우리 모두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거나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앞세우거나 관철하고자 하지 말고 무엇이든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아닌 남이 보일 것이고, 우리가 보일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자. 힘든 일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소통은 편하지만 문제 해결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상과 현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합의점을 토대로 원칙을 마련하자. 이 정도의 원칙이면 구성원들이 큰 불만 없이 동의해줄 것이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다. 덕성여대가 한국정치의 축소판이 아닌 현재와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성공모델로 인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00년의 전통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이와 같은 부분들에 대한 축척된 힘으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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