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사설]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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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1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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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1월 25일,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박근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말실수를 했다. “저는 오늘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는 자신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대통령직을 박탈 당했다.

  지난 10일 1500만 촛불이 열망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다. 이제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닌 ‘전 대통령’이다. 8인 재판관의 만장일치에 따른 결과였다.

  선고문에 의하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였던 다섯 가지 항목 중 직접적인 탄핵사유로 꼽힌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최순실 등 비선 측근의 국정 개입, 두 번째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이권 개입 지원이었다. 인사 자료 등 청와대 문건이 유출되고 최순실이 추천한 사람들이 공직에 오른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박근혜가 헌법상의 공익실현 의무, 국가공무원법의 비밀 엄수 의무,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등 여러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기업 출연금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 운영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가 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의 국회 탄핵소추 사유였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탄핵은 탄핵사유 중 한 가지라도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된다면 인용된다.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인정하지 않은 탄핵소추 사유들은 아마도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렵거나, 뒷말이 나올 우려가 있어 불인정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탄핵소추 사유가 불인정되기는 했으나 이후 사건의 진상 규명과 박근혜에 대한 심판 과정을 통해 마땅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그 처벌이 무엇이든지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불명예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는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를 뒤흔들었다.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다시 우리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민주주의는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다. 외신에서도 우리나라의 헌정 사상 첫 탄핵을 보며 “한국이 현재 역사적인 시점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번 탄핵 선고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과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었다.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있는 선호의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시비비의 문제다. 이제 탄핵 심판은 끝났다. 그러나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그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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