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엄마'는 극한직업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극한직업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7.03.30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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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아가기엔 너무 높은 '대한민국'이라는 벽

  임신과 출산, 육아는 한 생명을 탄생시키고 양육하는 과정으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귀중한 행위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역대 최소치를 기록하며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낮은 출산율을 제고하고 노동자가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집안에서는 독박육아로 고통 받고, 직장에서는 해고당할까 눈치 봐야하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현실을 살펴보자.



  ‘임산부’ 전용?
  나는 반댈세~

  엄마가 되는 첫 단계인 임신에서 여성들은 ‘약자’로 분류된다. 이에 정부는 임산부를 위한 제도를 마련했는데, 그 예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 전용 주차장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일례로 지난해 8월, 한 SNS에는 지하철 노약자석에 그려진 임산부 픽토그램이 빨간 펜으로 엑스 표시가 돼있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한 70대 남성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임산부에게 ‘임신한 게 맞냐’며 임산부의 옷을 들춰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임신 중에 지하철을 종종 이용했다는 윤지영(38. 여) 씨는 “임산부 배려석은 배가 나오지 않은 임산부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 임산부 배려석에는 대부분 임산부가 아닌 일반 승객들이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막상 임산부가 탑승하면 자리를 양보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만삭이었을 때조차 한 번도 자리를 양보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이러한 ‘임산부 전용’ 제도들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익명의 한 남성은 “임산부가 없는 동안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임산부 전용 주차장의 경우도 작은 주차장에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 너무 많이 설치돼 있어 주차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산부를 위한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져 일반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경우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옥 연구원(이하 김 연구원)은 “비임산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며 “임산부는 보호받아야 마땅하므로 임산부를 보호하는 것이 임신하지 않은 사람을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의 경우에는 유모차를 끄는 여성은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며 “게다가 유모차 때문에 탑승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지만 운전기사를 포함한 승객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기는 엄마 혼자 키우나요?
  한국은 지금 ‘독박육아’ 시대

  출산 후에도 여성들은 가사와 육아를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지난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는 SNS 페이지를 통해 <분담하자: 평등한 가족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독일의 경험>이라는 보고서를 게시했다. 보고서에는 각 국가의 부부들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가사 및 돌봄 노동에 쏟고 있는지 비교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하루 평균 가사 및 돌봄 시간이 227분이었으나, 남성의 경우는 하루 평균 50분을 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부부의 가사 및 돌봄 시간이 불평등한 국가 3위를 기록하며 여성의 독박육아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서울에 거주 중인 김보라(35. 여) 씨 역시 “딸아이를 한 명 키우고 있는데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도 육아는 다 내가 하고 있다”며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아빠와 함께 양육하는 것인데, 홀로 독박육아를 하고 있자면 억울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육아를 위해 일정 기간 직장생활을 중단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 역시 남성보다 여성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김 연구원은 “육아휴직제도는 남녀 근로자가 모두 쓸 수 있다”며 “그러나 2016년도 육아휴직 사용자는 94%가 여성이고, 남성은 6%를 차지함으로써 양육부담이 여성에게 쏠려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 관련 정책들,
  실효성 있을까

  정부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출산율을 제고하고 노동자가 근로를 하면서도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에는 크게 출산장려정책과 일·가정양립지원제도가 있다. 전자에는 무상 보육,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등이 해당되고, 후자의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육아휴직제도’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들의 실효성은 어떨까. 김 연구원은 “출산장려정책의 문제점은 2006년부터 1, 2, 3차 저출산 대책이 시행되고 무상보육, 임산부 지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출산 대책이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음에도 미국 중앙정보국 (CIA)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5명으로, 전 세계 224개국 중 220위라는 결과를 보였다.

  육아휴직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됐듯 ‘육아휴직제도’는 주로 여성만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와 동시에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일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사업주가 승인해줘야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주가 이를 꺼려 제도와 현실 간에 괴리가 존재한다”며 “또한 비교적 육아휴직제도가 잘 구축돼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통해 육아휴직제도 도입률은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근로자 수가 5〜9명인 사업체 중 73.2%, 10〜29명인 사업체 중 47.2%가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반면 근로자 수가 30~99명인 사업체는 73.1%, 100~229명인 사업체는 86.7%, 300인 이상 사업체는 93%에 달하는 육아휴직제도 도입률을 보여 육아휴직 부문에서의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함이 드러났다.

  또한 직장 내 분위기, 혹은 부당해고 등의 문제로 육아휴직제도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2015년도 취업 포탈 사이트 ‘사람인’에서 여성 직장인 255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복귀가 어려울 것 같아서’가 6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회사에서 눈치를 줘서’가 44.6%, ‘쉬는 동안 경제적 부담이 커서’가 37.7%, ‘동료들에게 불편을 끼쳐서’가 33.8%를 차지했다.

  아이 낳는 행복이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고 근로자의 일·가정의 양립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 연구원은 “우선 육아휴직 제도에서 보안돼야 할 점은 현재 휴직기간 중 소득대체율 등을 높이는 제도 내부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체 근로자의 85%를 자치하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가 육아휴직제도에 접근 가능하도록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남과 동시에 ‘육아휴직제도’를 바라보는 직장 내 분위기 변화 역시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육아는 남녀 근로자 모두의 의무이고 권리이기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현재보다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왜 휴직 신청을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심지어는 조직과 일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고 한다”며 “남성의 육아휴직 신청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직장과 가정 모두에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장려정책 역시 재정비의 필요성이 있다. 김 연구원은 “출산장려정책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등 다부처 사업이지만 이를 주관하고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이다”며 “청와대나 국무조정실 등의 상위 정책집행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인재 육성 사업’처럼 출산장려와 관련성이 낮은 사업들도 모두 저출산 대책으로 포함하고 있다”며 “관련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기존 정책들의 실효성 제고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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