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통금’, 안전인가 자율성 침해인가
‘기숙사 통금’, 안전인가 자율성 침해인가
  • 손정아 기자
  • 승인 2017.05.10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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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통금에 대한 논란 끊이지 않아

지난달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고려대학교 여자기숙사 통금과 점호’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게시됐다. 고려대학교의 남자기숙사에는 통금과 점호가 없는 반면 여자기숙사에는 통금과 점호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자기숙사는 오전2시부터 5시까지는 출입이 제한돼 통금시간 전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은 밖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우리대학 역시 기숙사 통금이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대학생들은 기숙사 통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대학 학우들
  “통금은 자율성 침해”
  우리대학 기숙사는 안전상의 이유로 통금과 점호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대학 기숙사의 통금시간은 밤 11시 30분이고 점호는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마다 무작위로 유니트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통금과 점호 제도에대해 많은 사생들이 불만을 갖고 지속적으로 폐지를 요구해왔다.

  우리대학 기숙사에 거주 중인 유나연(사회 1) 학우(이하 유 학우)는 “얼마 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통금시간 내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밤 12시에서 5시 사이에 기숙사에 들어가면 벌점을 받아야 해서 밖에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밤 갈 곳이 없어서 밖에 있었는데 너무 무서웠다”며 “통금 제도 없이 기숙사에 편히 들어가는 것이 덜 위험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또한“기숙사 측에서 사생들의 안전을 위해 통금과 점호 제도를 시행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기숙사가 통금이 없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기숙사 입장에서는 통금 제도가 사라지면 사생들 관리가 더 힘들어져 불편하겠지만 오히려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기숙사 통금을 없애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 기숙사에 거주 중인 A 학우는“사생들이 20살 넘은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안전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에 상관없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숙사 통금을 없애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비원이 없는 시간에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어서라고 들었다”며“기숙사 입구에서 손혈관인식을 해야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경비원이 없더라도 외부인 출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밤에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해 방황하는것보다는 기숙사에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게 하는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기숙사
  “안전을 위해서는 통금 꼭 필요”
  우리대학 기숙사 김수현 관계자(이하 김 관계자)는 “통금시간을 늦춰달라는 요구는 매년 받아 왔다”며 “그러나 경비원이 기숙사 정문을 24시간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호와 통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 출입구에손혈관인식 기계가 있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외부인이 뒤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손혈관인식 외에 경비원과 같은 보안장치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경비원 인력을 보충하거나 근무시간을 늘려 밤새 경비원이 지키도록 하는 것은 재정적 문제가 있다”며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인력을 보충할 경우 지금보다 인건비가 2배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통금 제도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김 관계자는 계속되는 사생들의 건의에 통금시간을 늦추는 방안을 우리대학 운영위원회에 안건으로 2번 올렸으나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통금시간을 늦추기 위해서는 경비원과 관련된 재정적 문제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학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권 여대 모두
  통금과 점호 있어
  김 관계자는 “대부분의 타 대학 기숙사도 통금시간 자체가 없는 경우는 많이 없다”며 “서울시내 타 여대의 경우에도 모두 점호와 통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신문사에서 전국 48개 대학 재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8개 대학을 제외한 40개 대학이 통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확인 결과 서울시내 모든 4년제 여자대학교에서는 김관계자의 말처럼 점호와 통금 제도를 적용하고 있었다.

  서울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정원(21. 여) 씨(이하 최 씨)는 “우리대학 기숙사는 통금시간이 11시 40분이다”며 “점호도 같은 시간에 하고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점호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시 40분부터 자정까지는 벌점을 받더라도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러나 기숙사가 학교 내부에 있어 학교가 문을 잠그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는 아예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다른 대학은 벌점을 받더라도 통금시간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대학은 그렇지 않다”며 “통금시간 때문에 친구들과 만나더라도 일찍 헤어져야 하고 통금시간을 못 지키면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해서 더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기숙사
  통금 제도 도입에 학생들 불만
  많은 대학생들은 이제는 성인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자율성’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율성 아래에서 권리를 남용하는 일이 벌어져 기숙사 측에서 규제를 가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까지 점호와 통금 제도가 없었던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기숙사는 올해부터 제2기숙사에만 통금시간이 생겼다. 대학 측은 기숙사 통금제도가 없어 늦은 시간 소음 등의 문제가 꾸준히벌어져 통금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크게 반발했으나 대학 측은이를 뒤로하고 제2기숙사 이용을 원하는 학생들은 입사 신청 시 통금 제도를 동의하는지 묻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표시해야만 입사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대학의 강행적 태도에 불만을 갖고 통금 제도와 관련해 기
숙사 측과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B 씨는 “현재 제2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데 오전 12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심야출입 증빙서류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고 금요일과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통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것이 안전할 수는 있지만 매번 외박 신청을 해야하고 출입시간이 제한돼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도현(21. 여)씨는 “지난해 기숙사 내에서 밤늦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소음 등의 문제가 있어 통금 제도를 시행한 것 같다”며 “이런 생활 소음이 다른 사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통금 제도로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학생과 기숙사 간의
  논의로 방안 모색 필요해
  유 학우는 “최근 들었던 수업에서 독일 학생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이 ‘기숙사 통금’이라고 말했다”며 “독일에서는 기숙사가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통금을 정하는 것 같이 개인 생활에 간섭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관계자는 “사생들의 입장에서는 통금 제도가 불편하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다”며 “그러나 기숙사는 개인적인 곳이 아니라 규정과 제약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생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기 위해 시험기간에는 통금시간을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다”고밝혔다.

  학생들은 대체로 기숙사 통금 제도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기숙사 측에서는 안전과 질서 유지 차원에서 통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의자율성이 중요한 만큼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기 때문에 상호 합의된 질서가 필요하다.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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