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사랑에도 더치페이? ⓵
[학생칼럼]사랑에도 더치페이? ⓵
  • 서정아 (국어국문 2)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7.05.11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을 주고받는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것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몸을 주고받는 사랑.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수많은 여성은 마음을 주고받는 사랑만이 아름답고 순결한 것이라고 교육 받는다. 물론 나도 거기에 포함됐었다. 그래서 상대가 나에게 육체의 신호를 보냈을 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다. 왜냐고? 남자가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지켜준다’는 말을 무수히 들어오며, 그것을 사랑의 진리인 양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다. 섹스를 하는 순간, 연인 간의 사랑이 ‘진정한 것’이 아니게 돼 버린다니. 게다가 남자가 여자의 몸을 ‘지켜준다’니. 모 여자 연예인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여자가 문화재냐, 지켜주게!”

  나는 섹스가 좋다. 25살 여대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섹스만큼 본능적이고, 때로는 저속한 유흥거리는 없으니까. 이뿐만 아니다. 섹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깊은 내면을 나눌 수 있는 대화 방법이자 에너지나 안정감과 같은 긍정적인 호르몬 작용을 얻을 수 있는 운동이다. 이걸 포장할 순 없다. 포장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1인 미디어 비즈니스 모 전문 기업 사이트에 섹스 칼럼을 연재했다.

  수많은 20대가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한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공부도 하고, 쇼핑도 하고… 그리고 섹스도 한다. 그런데, 하지 않아야 한다. ‘하고 있어도 하지 않는 척’ 해야 한다.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미용실에서 뒤적거리던 우먼잡지에 실려 있을 법한, 와 닿지 않는 언니들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고 진짜 현실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당신과 나는, 얼마나 즐기며 살고 있는지.

   타인의 반응에는 큰 기대를 두지 않고 썼던 이 칼럼은 예상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아마 사람들은 여대생이 베일을 벗고 바깥으로 걸어 나온 것에 큰 흥미를 느꼈으리라. 순결과 미성숙한 섹시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대생이 당당하게 섹스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써내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흥미롭고 유쾌했을 것이며, 동시에 거부감이 들었겠냐는 말이다.

나의 칼럼은 금기의 가장 대표적인 대상을 건드렸다. 여자가, 그것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여대생이 미혼의 위치에서 섹스를 논했다. 그러나 내 칼럼은 진짜였다.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섹스가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그것도 온전하고 건강하게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여성의 입장에서 서술한 진짜 섹스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쓰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사랑에, 연애에 더치페이가 있다면 섹스에도 더치페이가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