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여름하늘을 수놓는 두 혜성
초저녁 여름하늘을 수놓는 두 혜성
  •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 승인 2004.05.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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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초순. 여러분은 해진 뒤, 저녁 하늘을 수놓는 두 개의 혜성을 볼 수 있다. 그 주인공은 서쪽 하늘 높이 떠 있는 니트(NEAT) 혜성과 서남쪽 방향으로 낮게 걸친 리니어(LINEAR) 혜성. 1911년 브룩스, 벨자브스키, 두 혜성이 동시에 나타났던 이후 실로 처음 있는 일이다. 혜성 ‘니트’는 2001년 미 공군-NASA 공동 연구팀인 니트 팀이, 혜성 ‘리니어’는 2002년 미 공군-MIT 공동 연구팀인 리니어 팀이 처음 발견했다.

 두 혜성은 얼마나 밝아질까? 혜성 밝기를 예보하는 일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천문학자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처음 발견된 혜성은 특히 심각하다. 혜성은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 각기 다른 밝기 변화를 보이는데, 어떤 것은 갑작스럽게 밝아지는가 하면 그 과정이 천천히 일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니트 혜성은 5월 4일 가장 밝지만, 해진 뒤 지평선에서 낮게 떠있기 때문에 실제로 보기는 어렵고, 5월 10일에서 15일 사이가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게 될 5월 말경에는 3등급 이하로 밝기가 떨어진다. 한편, 리니어 혜성은 5월 18일, 0.3등급으로서 가장 밝지만, 태양 가까이 지나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 혜성은 5월 28~29일경 땅거미가 내린 뒤, 서남쪽 하늘에 비로소 모습을 나타낸다.
 

 두 혜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6월 초순 초저녁. 조건이 가장 좋은 때는 6월 7일 저녁 9시경이다. 이 때 니트의 예상 밝기는 3.8등급. 리니어는 4.3등급으로 예측되지만, 더 어둡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6월 중 두 혜성?모두 어두워져 6월 중순 이후에는 맨눈으로 보기 어렵다. 5월말과 6월초, 니트 혜성은 살쾡이자리에서 큰곰자리로 진행하며, 리니어 혜성은 고물자리-물뱀자리-육분의자리를 차례로 지나간다. 큰곰자리를 제외하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별자리들이다.

 문제는, 3~4등급 별을 도심 하늘에서 맨눈으로 보기 어렵다는데 있다. 게다가 혜성의 머리 부분(코마)은 별처럼 또렷하지 않고 부옇게 번져 보이기 때문에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두 혜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길고 어두운 꼬리와 함께 혜성의 인상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가로등이 직접 비치는 곳에서는 아무리 밝은 혜성도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요즈음은 특히 광공해(light pollution) 때문에 대도시 하늘에 총총이 떠있는 보석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정도 밝기를 갖는 혜성은 쌍안경이 적격이다. 시야가 넓고, 사용이 간편하며 휴대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값이 싸다는 것도 커다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망원경은 ‘혜성 감상용’으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혜성은 대부분 얼음과 먼지로 돼있으며, 태양에 접근하면서 표면 얼음이 녹아서 증발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거리는 대략 목성 궤도 부근. 이 때 혜성은 지구 지름보다 몇 배나 큰 가스 구름(코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혜성’하면, 길게 펼쳐진 꼬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꼬리가 생기는 이유는, 태양에서 ‘태양풍’이라는 뜨거운 입자의 ‘바람’이 흘러나오며, 코마를 이루는 가스와 먼지는 그 ‘바람’을 타고 긴 꼬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이 혜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혜성은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에 만들어졌으며, 그 원시적인 상태를 ‘화석’처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 혜성은 45억 년 전, 지구에 충돌하면서 각종 유기물을 유입시켰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들 ‘꼬리 달린 별’은 지구와 태양계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오늘 저녁, TV를 끄고 밤하늘로 나가보면 어떨까. 쌍안경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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