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헌……뉘라 양력슬두 슬이라 이른다더냐, 상것들이나 왜놈 세력(歲曆)을 아는 벱여…….(할아버지)” ‘페에엥―’ 소리는 ‘숭헌……’이라는 말과 함께 할아버지의 전용어였다. 화가 상투 끝에 이르러 아랫사람들에게 걱정을 하실 때와, 되잖은 말, 같잖은 꼴, 어질지 못하며 어리석은 것 등, 꾸중을 대신하던 할아버지만의 용어였다.―「일락서산(日落西山)」
“이런 육시럴늠으 가이색깃 지랄허구 자빠졌네. 주둥패기 뒀다가 뭣 허구 이 지랄허여. 너 니열버텀 잘 굶었다. 생전 밥 구경을 시키나봐라.(옹점)” 그녀는 그만큼 입도 걸고 성질도 사나웠지만 늘 시원시원하고 엉뚱한 데가 있었으며 의뭉스럽기도 따를 자가 없었다. 육덕 좋은 허우대나 하고 곱게 쪽집은 눈썹과 사철 발그레하게 피어 있던 얼굴이며, 그녀는 안팎 모가비 총각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행운유수(行雲流水)」
“넘의 둥네 질을 공으루 지나댕기는 벱은 으니께……여러 말 허자먼 날 저물 테구, 통행세나 받구 말 티여.(대복)” 대복이는 여간 좋은 친구가 아니었다.……그때 대복이는 이미 어른처럼 목소리가 굵었고, 우리집 머습 철호마냥 국한 대접으로 고봉밥 두 사발을 거뜬히 먹어치웠으며, 옹솥에 든 고물팥이 삶아지기 전에 돌메공이로 두 말 떡살을 무거리 없이 빻아 낼 만큼 기운이 장사였고, 진일 마른일 없이 한번 손댔다 하면 또려지게 마무리를 낼 줄 알아, 장가 안들어 아이였을 뿐 내 친구는 될 수가 없는 처지였다. ―「녹수청산(綠水靑山」
“형씨, 나헌티 뭔 유감 있슈? 팔꿈셍이루 치구 굿수발루 짓밟게……나두 내 승질 근디리면 바뻐지는 인품이니께, 참어보슈.(석공)” 그 사람은 내가 일생을 살며 추모해도 다하지 못할 만큼 나이를 얻어 살수록 못내 그립기만 했다. 그의 이름은 신현석……이름에 돌 석자가 들어 그랬던지 그는 살아 생전에 유난히 돌을 좋아했거니와, 돌이켜 따져보면 그 자신이 천생 돌과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두들 그를 석공(石公)이란 별명으로 부르기를 즐겨하였고 본인도 그런 명칭을 마다하지 않았던 줄 안다.―「공산토월(空山吐月)」
저작권자 © 덕성여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