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아, 너는 어쩌다 길 한복판으로 나왔니?
야옹아, 너는 어쩌다 길 한복판으로 나왔니?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7.05.2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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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 구축돼야

  거리에서 주인 없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보지 못한 경우가 더 드물 것이다. 국내 추정 길고양이 수는 100만 마리로 우리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길고양이가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길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고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어놓는다는 이유로 혐오하며, 심한 경우 학대를 자행해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인간과 길고양이는 함께 살아가기 어려운 것일까? 우리사회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봤다.


 

   길고양이는
  언제부터 생겨났나
  길고양이의 사전적 의미는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갈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고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기된 고양이가 낳은 고양이를 포함해 주인이 없는 고양이는 모두 길고양이로 통칭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길고양이는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겨났을까.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이하 이 대표)는 “길고양이는 8, 90년대부터 등장했는데 당시 반려동물 붐이 일면서 고양이나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고양이의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발정이 나서 가출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주인들이 고의로 유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이나 개발 등 건축 붐이 일면서 이때 버려지는 고양이들도 많았다”며 “이렇게 버려진 고양이들이 도시에서 서식하기 시작하면서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에게
  무슨 죄가 있나요?
  길고양이처럼 주인 없는 동물이 도시에서 스스로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길고양이는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음식을 먹거나 잠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길고양이가 서식하면서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길고양이에 관한 안 좋은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여림(55. 여) 씨는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어서 음식물을 먹거나 심지어 집 안에 들어와 음식을 훔쳐 먹고 달아난 적도 있다”며 “새벽 내내 우는 길고양이 때문에 잠에서 깬 적도 여러 번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길고양이가 민간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주인에게 버림받고 갈 곳 없이 굶주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넘어서 일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학대하기까지 한다. 지난 1월 한 20대가 고양이에게 끓는 물을 붓고 불에 달군쇠꼬챙이로 찌르는 등의 학대를 가한 뒤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지난 4월에는 한 아파트 경비원이 초등학생들 앞에서 다친 고양이를 산 채로 땅 속에 묻어 불구속입건되기도 했다. 길고양이 학대에 대해 우리대학 오슬(중어중문 2) 학우는 “길고양이 학대범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창피하다”며 “사람보다 약한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너무나 나쁜 행위이며, 엄연한 범죄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를 위한
  움직임
  길고양이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혐오와 학대가 발생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길고양이들을 보호하고 보듬어주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캣맘’을 들 수 있다. 캣맘은 길고양이나 들고양이, 유기묘 등 주인이 없는 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길고양이 급식소도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국회의사당 내 후생관 앞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 11월에 서울시에서는 서울시내 4개 공원에 총 27개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지었으며,지난 4월 성남시는 성남시내 9개 공원에 총 20개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또한 동물유관단체협의회는 지난 4월 29일 <동물생명권 존중을 위한 시민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시민 문화제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개·고양이 유기, 학대, 도살 금지 특별법 제정’, ‘길고양이 급식소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며 길고양이의 생명권 존중을 촉구했다. 

지난 4월 29일 동물유관단체협의회가 주최한 <동물생명권 존중을 위한 시민 문화제>가 열렸다. 출처/중앙일보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등의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는 늘어나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관리하고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TNR’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TNR 사업이란‘Trap(포획)’, ‘Neuter(중성화수술)’, ‘Return(방사)’의 각 앞 글자를 딴 단어로, 고양이를 포획한 후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다시 방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유기된 길고양이를 도살처분 했었지만 요즘은 TNR 사업을 통해 더 이상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증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또한 중성화 수술 덕분에 길고양이가 울거나 쓰레기봉투를 뜯는 본성이 사라져 길고양이가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세상
  그렇다면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길고양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 대표는 “길고양이는 우리에게 가해동물이 아닌 피해동물이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키우다 버려진 고양이가 길고양이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훼손하는 것도 고양이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라고 생각해보면 된다”며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히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견해 차이 때문에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친환경·친동물 복지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길고양이를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로 받아들이고 열려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나 지자체의 주도로 이뤄지는 길고양이 보호 사업 역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앞서 말했듯 길고양이는 인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동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길고양이 급식소가 각 지방마다 설치되고 있는데 더욱 확대 설치될 수 있도록 우리가 나서서 청원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TNR 사업 역시 진행되지 않는 지역이 많으므로 지자체에 적극 건의해서 길고양이의 개체 수 증가를 막고 길고양이를 공존해야 할 존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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