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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다시 울려 퍼진 노래
2017년 05월 23일 (화) 17:08:46 박소영 기자 thdud95512@duksung.ac.kr
  지난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2008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일이다.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인사, 유가족, 시민 등 무려 만여 명이 참여해 5·18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번 기념식은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존에 불리던 합창이 아닌 제창 방식으로 불려 큰 이슈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당시 희생된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소설가 황석영이 작사에 참여했으며 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인 김종률이 작곡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구전과 악보, 카세트 테이프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매해 5월, 민주화 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불렸다. 그뿐만 아니라 1980년대 노동현장, 시위현장 등 민주화 투쟁의 장소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아들의 재를 뿌리면서 불렀고, 6월민주항쟁의 순간에도 함께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8년까지 5·18 기념일에 공식 식순으로 포함돼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제창하는 방식으로 불렀으나, 이명박 정부 2년차에 접어든 2009년부터는 공식 식순에서 제창하는 것이 아닌 식전 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2011년부터는 다시 공식 식순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국가보훈처의 강력한 반대로 여전히 합창 방식으로 불렸다. 유가족들과 광주시민들은 이에 반발해 광주 금남로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을 전신으로 둔 한나라당, 새누리당, 그리고 현재는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계통의 ‘보수’정당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금지곡’ 취급을 받았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해당 노래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있고, 기념일에 제창하는 곡은 기념일과 제목이 같아야 하며, 북한이 이 노래를 사용하고 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에 등장하는 ‘임’, ‘새날’과 같은 단어의 의미가 의심스럽다는 이유 등을 들어 5·18을 기념하는 노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업무지시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5·18에 관한 진실규명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5·18의 3대 미완 과제인 최초 발포명령자 규명, 헬기사격 진실, 암매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이날 기념식에 참여한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현재 정책위의장, 박맹우 사무총장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던 순간 입을 굳게 다문 채 서 있었다. 그들의 침묵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을까. 지난 37년간 권력의 힘으로 묻어온 ‘진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착잡한 심정이 담겨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순간에도,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당긴 ‘그 사람’ 역시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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