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
[사설]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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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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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 촛불에서 시작한 한국사회의 긴 여정이 지난 9일 대선으로 마무리 됐다. 물론 새로운 시작을 향한 마무리라는 점에서 이 사회가 더욱 성숙해진 계기였다. 새로운 대통령의 지난 열흘간 행보는 지난 정권들과 비교해서 소통과 탈권위적 모습이 두드러졌다. 어떤 이들은 지극히 상식적 행보에 감동을 받아야 하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인가를 토로하기도 한다. 여러 평가가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모습에서 탈피한 새로운 행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언론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여러 후보들은 사회 전 분야를 대상으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현 대통령 역시 많은 공약을 제시했으며, 특히 청년 일자리 관련 공약을 강하게 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일종의 마중물로 해서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출현 이후 대부분 정권은 청년실업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일할 수 있는 능력과는 별개로 젊은 세대에게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역시 지난 십여 년 간 청년 일자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의 근간이 민간 부문 경제 활성화에 달려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공공부문으로부터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부 주도로 심각한 수준의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정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만큼 이를 지켜보아야 할 청년 세대의 관심 역시 중요하다.

  다중(多衆) 개념으로 현대사회 자본주의 국가의 한계와 미래를 전망한 안토니오 네그리는 “노동, 생산, 금융, 그리고 부의 재분배를 다수의 사람들이 참가해서 함께 관리·통제해가는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을 새로운 민주주의체제로 제시한다. 그는 특정 정권을 창출하고 대부분 국민이 이를 따라가다 보면 18세기에 태어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목도하는 일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중으로 대변되는 시민들의 적극적 사회참여와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완성이란 지속적 관심과 견제, 그리고 비판으로부터 시작하며 이 책임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기대감이 높게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세대 역시 일자리 창출이라는 핵심 공약의 현실화를 기대하고 있다. 네그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기대감을 실현하는 주체는 대통령 개인도, 정부조직도 아닌 바로 청년 세대 스스로여야 한다. 개인과 구조에 감탄하고 이를 칭찬하는 것 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순간의 긍정적 감정뿐이다. 실제 남은 과제는 지속적으로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아니오’라고 말할 때 행동하는 일이다. 한국사회 청년 세대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도 견제와 감시, 그리고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완성이란 이 단순한 과정의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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