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돋보기]군인이 사랑할 수 없고 여군이 보호받지 못하는 군대
[이슈돋보기]군인이 사랑할 수 없고 여군이 보호받지 못하는 군대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7.06.07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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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은 군인 A 대위에게 군형법 92조 6항 추행죄 위반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군인 A 대위가 영외, 사적인 공간에서 업무 시간이 아닌 밤에 동성과 성관계를 한 것에 대한 처벌이다. 여론은 이번 판결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의견과 함께 군대 내 차별이 합법화된 사건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은 군인 A 대위에 대한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반인권적인 군형법 92조 6항과 올바르지 못한 수사절차를 그 근거로 들었다. 군형법 92조 6항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규정하는데 이는 서로의 합의하에 이뤄지는 성적 접촉도 무조건 처벌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성애자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 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육군이 수사 과정에서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함정수사를 펼쳤다는 사실과 사건 당사자들에게 ‘누구와 목욕을 했느냐’ ‘어디에 사정했느냐’ ‘이성과도 성관계를 할 수 있냐’ 등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리고 압수수색영장 없이 부대에 들이닥쳐 협박성 어조로 군인들의 자백을 회유한 사실 등이 밝혀지며 불법 수사 기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성애자를 색출하듯 수사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한편 군사법원이 합의하에 맺어진 성관계에 ‘추행’이라는 죄목을 씌워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군대 내 성범죄 사건에는 솜방망이 처벌과 봐주기식 수사를 해온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3년간 군사법원이 성범죄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경우는 전체 성범죄 사건 95건 중 단 8건에 불과하다. 군사법원은 2014년 3월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성관계를 강요받은 여군이 자살한 사건의 가해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며, 2015년 1월 발생한 감찰장교의 여군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는 군대가 아닌 사적 공간에서 업무 시간이 아닌 밤에 한 성관계에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내린 것과 비교되는 미온적 처벌로 군대 내 일어나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을 근절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충남 계룡시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여군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출처/여성신문>


  군 당군은 각 군에 양성평등센터를 설치하고 사단급 부대에는 양성평등담당관을 운용하는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군대 내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은 점점 늘고 있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군 인권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여군의 83%는 ‘성범죄 피해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했고 이는 조직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을 나타낸다.

  여러 시민단체와 여론의 목소리에 힘입어 지난달 24일 군형법 92조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부대 밖에서 합의로 이뤄지는 성적 접촉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지향이기에 허용·불허용 관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의원, 그리고 시민단체 등 우리사회의 여러 단위체는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군대 내의 동성애자들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이 아닌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국민들이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먼저 바뀌고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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