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사회와 재벌
[사설] 한국사회와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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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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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열기가 차츰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제 본격적 더위가 시작될 기세다. 다가온 여름 더위만큼, 최근 한국 사회는 인사청문회로 열기가 뜨겁다. 이 중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결과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적임자라는 평가에서부터 위장전입 등 대통령이 제시한 5대 기준을 어긴 인사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찬반이 명확히 갈리고 의견 대립이 있는 것은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역할과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장관급 인사로 인사청문회 대상이지만 국회 동의 없이 임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현 정부 입장에서 가급적 국회 전반의 동의를 얻는 데 주력하는 것은 합의에 따른 결과임을 내세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다.

   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과거 국내 모 재벌기업 주총에서 강제로 끌려나올 정도로 재벌개혁 문제에 적극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주총에서 끌려나오면서 있었던 소란을 편집한 영상이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당시로부터 꽤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그가 과거처럼 ‘재벌해체’라는 강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천착하고자 했던 재벌은 사실 한국 경제 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간직한 집단이다. 고도성장의 주역이면서 동시에 정격유착의 근원이고 노동탄압의 주체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재벌에 대한 인식이 전환돼 과거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듯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벌의 영향력을 목도할 수 있다.

   한국 재벌은 마땅한 영어 번역도 없는 독특한 집단이다. 선단식 경영이라는 말처럼 통제받지 않던 시절 이들은 사회 곳곳의 산업현장에 무분별하게 침투해 수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갑질’의 원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재벌의 등장은 국가권력과 결탁해 빠른 산업화를 진행하려던 사회적 분위기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의 부정부패와 갑질은 산업화라는 명분하에 큰 문제를 삼기 어려웠다. 간혹 법의 심판이 있었더라도 그 결과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를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제화에 따른 선진 기업의 관행과 그들의 제품을 시장이 소비하면서 재벌의 과거식 형태도 변화를 맞았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일부 기업의 총수가 구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교체된 정권에서는 재벌개혁론자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앉혀 본격적으로 이들의 부조리를 바로잡으려 한다. 재벌 문제는 급속한 금권사회로 전화하며 발생한 사회 모순과 경제체제의 비합리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제화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임은 분명하다. 국제화 표준을 따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제 과거식 경영으로는 어렵다. 변화와 혁신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조직 전반의 의식 전환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 전환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이 점에서 오늘날 재벌개혁이 갖는 의미가 드러난다. 재벌의 공과를 명확히 하고 불합리한 경쟁구조를 수정하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결과적으로 구태의연한 재벌 행태에 변화를 주고 이 중 일부 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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