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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정확히 나아가는 사람이 되세요
2017년 08월 29일 (화) 11:35:38 김서영 기자 gkh459574@

  생명공학도였던 그는 평소 하고 싶었던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다른 학교에 있는 미술 관련 학과로 편입한다. 편입 후 남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한 만큼 그는 더 열심히 공부했다.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면서 그는 한국 작품을 외국에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자신만의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현 박사(이하 김 박사)를 만나봤다.


 
  다양한 공부를 접했던
  대학 생활
  그는 대학생 때부터 큐레이터와 비평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는 원래 생명공학을 전공했어요. 생명공학을 공부하면서도 글을 쓰고 싶었죠. 그래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림도 많이 보게 됐어요. 그렇게 대학을 다니다가 막상 졸업할 즈음이 되니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에 대한 답이 미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술과 관련된 공부를 하려고 다른 학교에 있는 미술 관련 학과로 편입해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는 남들보다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그것이 그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가 선택해서 시작한 공부인 만큼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선 철학 공부와 번역 능력 등 갖춰야 할 것이 많았죠.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큐레이터와 비평가가 되는 것을 준비했어요.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비록 꿈을 이루기까지 남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이후에 그동안의 경험이 든든한 내적 자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김 박사는 과거에 생명공학을 전공했던 것이 지금 미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예술에 대해 설명할 때 과학과 함께 설명해요. 과학으로 예술의 우연성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 우연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죠. 예를 들면 한 작가는 우연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물감을 튀기는데 그 물감이 어디로 튈지 모르잖아요. 이런 우연이 예술을 만드는 거예요. 세상이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우연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독서를 하며 좋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대학 시절에 시를 참 많이 읽었어요. 매일 도서관에 가서 시집을 한 권씩 읽었는데 이 경험이 지금 비평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이런 경험들이 다 합쳐져서 글을 쓰는 능력, 작품을 보는 능력, 전시를 기획하는 능력을 갖게 한 거죠.”
  

  큐레이터이자
  비평가의 길을 걷다
  김 박사에게 비평가와 큐레이터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물었다. “요즘에는 큐레이터와 비평가를 딱히 구분하지 않아요. 저는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독립 큐레이터예요. 그러다 보니 작가들이 제게 갤러리를 의뢰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전시를 기획하기도 해요. 이렇게 전시를 기획하면 제가 작품을 선택해야 해요. 그러려면 작품을 보는 눈이 정확해야 하죠. 또 그에 대한 홍보도 해야 해요. 비평가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나서 작품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인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큐레이터와 비평가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요.”

  덧붙여 그는 비평이 철학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현대 미술은 철학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어요. 철학이라는 기반 하에 미술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미술 작품을 비평할 때는 철학을 아는 것이 많은 도움이 돼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도 있죠. 이렇듯 현대 미술은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워요.”

  세계로 더 나아가는
  전시 기획자로
  “전시를 기획할 때 저는 제 마음가짐을 중요시해요. 제 마음가짐을 가장 잘 나타냈던 전시는 독일에서 <서울 소울>이라는 주제로 기획했던 전시예요. 그때 독일 사람들이 저에게 한국 작품에 감동했고 한국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줬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 가서 한국 작품을 소개해 주고 싶어요.” 그는 독일에서 봤던 한 행위예술 전시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 작가가 광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예술을 했어요. 이런 행위예술이 처음 등장한 게 60년대예요. 원래 신체를 이용한 예술이 우선시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갑자기 회화를 답답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거죠. 그래서 오늘날 많은 미술가들이 다양한 행위예술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오늘날 예술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다뤄지는 것 같아요.”

  기자는 그에게 전시할 작품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작가의 성실성을 가장 많이 봐요. 요즘 손쉽게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매우 많은 시간을 쏟아요. 작품에는 작가의 정체성도 같이 담겨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작품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에 작가의 삶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를 하더라도
  명확히 해야 돼요
  “어떤 것을 하더라도 명확하게 해야 해요. 열심히 하는 것은 어디서나 중요해요. 하나를 하더라도 깊이 있게 해야 훨씬 더 좋아요. 무엇이든지 깊이 알지 못하면 ‘수박 겉 핥기식’으로 끝나버리거든요.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야죠.” 이어 그는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조언을 했다. “지금 내 위치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면 돼요. 그러다 보면 내가 나아갈 방향이 명확해지고 나를 보는 시각도 명확해질 거예요.”

  남들보다 늦더라도
  걱정하지 말아요
  “미술 계열에서는 나아갈 방향이 명확하지가 않아요. 그러다보니 짧게 일하는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제 꿈을 향해 더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들보다 늦어졌어요.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일을 계속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게 돼 있어요. 그리고 준비하면서도 공부는 계속해야 돼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와요. 그러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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