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기자석]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 이예림 정기자
  • 승인 2017.08.29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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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다. 여름방학 동안 친구들은 학기 중에 시간이 부족해 배우지 못했던 언어나 기술 등을 배우러 학원을 다녔고 평소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을 갔다. 또한 돈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기 중에 실패한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해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난 방학 동안 무언가를 배우러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도 않았고, 다이어트 성공을 위해 필요한 헬스장에 다니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먹고 자면서 여름방학을 즐기는 나를 보며 부모님께선 평소에 내가 어려워했던 컴퓨터 기술을 배워보라고 집요하게 권유하셨지만 부모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기계발보단 내 안위의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내 생각이 틀린 걸까.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방학과 타인이 알고 있는 방학이 다른 걸까. 실제로 방학 동안 우리대학 커뮤니티에는 아무 계획 없이 방학을 보내거나 계획을 세웠지만 잘 지키지 않아 본인 스스로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또한 방학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의 글들도 있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생일 때까지 완전한 ‘쉼’을 누리는 방학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12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전히 쉬는 방학을 보내기보단 학원을 다니고 자기계발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방학 동안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학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아직 많은 학우들은 방학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어색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것을 불편해한다. 나는 학우들이 방학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쉼 없이 달려왔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사실 방학의 정의는 ‘여름·겨울과 학기 말에 실시하는 학교의 휴가’다. 따라서 방학은 학기 중에 학업이나 인간관계로 지친 우리에게 내려진 단비 같은 휴식이다.

  자기계발은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4년 동안의 대학 생활, 8번의 방학이 지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를 나가면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방학은 이제 없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두 달 넘게 주는 일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학우들이 방학 동안만이라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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