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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인생의 십중팔구는 자신의 뜻과 같지 않다
2017년 09월 04일 (월) 14:17:31 임양미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
‘인생에서 십중팔구는 내 뜻과 같지 않다’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최근 난 인간관계도, 연구도, 강의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 매일을 힘들게 보냈다. 내가 잘못했는지 주변 관계가 잘못됐는지 잘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일들이 꼬인 상태가 지속되면서 하루하루를 의욕 없이 이어갔다. 그렇다고 교수직을 그만 두기에는 갈 곳도 마땅치 않았고 이만한 직장도 없다고 생각해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기분이었다.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는 연구를 많이 하고, 학생들도 열심히 가르치는 훌륭한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다 보니 고인 물에 썩은 냄새가 나듯이 나의 생활에도 무기력한 냄새가 자욱해짐을 느꼈다. 이러다 주변 탓만 하고 짜증을 잘 내는 교수가 될 듯싶었다. 한 번은 더 꿈을 꿔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인터넷을 보다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예술기술 책임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리나케 서류를 준비하고 지원 발표를 한 후 일주일 만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분명 합격률이 20~30대 1정도라고 들었는데 합격이라니 뜻밖의 소식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끝없는 꿈을 꾸고 도전했던 한 달 전 내 모습에 격려를 보낸다. 문화예술기술책임자는 대학, 기업, 연구소들이 문화와 관련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R&D(Research andDevelopment) 과제를 기획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K-pop 공연전시를 좀 더 화려하게 보이도록 무대장치 기술을 만들거나, 평창 동계 올림픽 빙판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합성할 수 있는 영상기술을 만드는 등과 같은 모든 과정을 기획, 관리, 제작, 지원한다. 벌써 이것저것을 보고 기획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설렌다.

나의 20~30대가 생각난다. 내 인생 전체가 머피의 법칙인 것처럼 학사를 졸업할 때는 대졸 취업난이 나를 괴롭혔고, 석사 과정을 이수할 때는 IMF가 터져 대기발령 중에 퇴사 처리를 당했다. 박사 과정을 이수할 때는 대학 구조조정으로 교수를 뽑지 않는 해가 더 많았다. 누구나 자신이 세운 목표나 꿈을 실현하는 길 도중에 수많은 시련과 좌절에 직면한다. 이 시기를 극복하기위해서 꿈도 지속적으로 꿔야 하지만,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박사 과정을 이수한 후 수십 개의 이력서를 작성했는데 유일하게 한 연구소에서 ‘일용직 위촉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그래도 ‘한때 계약교수였고 전문연구원 경력이 있는데 복사나 번역, 원고 정리 등을 하는 위촉 연구원은 좀 너무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었고 ‘40대의 나이에 가능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여느 20대의 신입사원들처럼 일을 했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 자료를 예쁘게 만들고, 엑셀 파일을 보기 좋게 정리하고, 보고서의 목차를 정리하고, 문장도 수정했다. 나름 ‘내 적성이 신입사원이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재미있게 열심히 일을 한 기억이 난다. 그 때 만났던 많은 박사님들이 이제 나에게 과제를 검토받아야 한다. 조금은 어깨가 으쓱한다.

사람이 처마 밑에 서면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어떤 굴욕적인 상황이 와도 한 번은 되돌아볼 줄 알고 깊은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상사의 갑질이 심하다고 바로 직장을 그만 둘 수는 없다. 어려움과 좌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 자리에 주저 않는다. 난 가끔 잠이 안 오면 ‘정판교의 바보경’을 읽는다. 이 책에는 마음 위에 칼 하나를 얹은 바보 철학을 가르친다. 마음 위의 칼 하나는 인(忍)을 말한다. 정판교는 청나라 사람으로 총명한 사람이 어리숙한 척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에 관련된 처세에 대해 인내하고 널리 베풀며 침묵할 것을 이 책에서는 당부하고 있다. 물론 나도 정판교가 말하는 대로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을 10년째 읽고 있다. 그 책 내용 중에 내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우리 인생에서 십중팔구는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내 꿈의 하나 정도는 인내와 노력을 가지면 실현되는 듯하다’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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