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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성(性)벽 부수기
2017년 09월 04일 (월) 14:22:36 정예은 정기자 -
  여학교는 참 관찰하기 흥미로운 대상이다. 학교 외부와 내부의 여론이 다른 것이 그 이유다. 페미니즘의 ‘페’자만 나와도 ‘메갈’이냐며 비난하는 학교 밖 사회와 달리 여학교에서 페미니즘은 일종의 ‘상식’처럼 여겨진다. 나에게는 서로 다른 ‘두 사회’가 보여주는 대립된 시선이 너무나 흥미롭다. 여성들이 일평생 겪어온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목소리를 내는 사회와 그것이 묵인되는 사회. ‘페미니즘’은 정녕 여성들만의 것일까.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처음 자각했다. 당시 나는 ‘여성은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인식에 반감을 갖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분홍색이 들어가는 물건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 나름대로 사회적 편견에 반항하는 조용한 시위였다.

 또 여고에 다니며 여성과 남성의 다른 사회적 위치를 깨닫게 된 때도 있었다. 공식석상에서 학생회장이 “아마 여러분 모두 살면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으실텐데”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것이다. 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학생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할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해 불쾌했다. 하지만 이를 되새길수록 여성들이 얼마나 빈번하게 성추행에 노출돼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불평등이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인지했다. 과거보다 덜해졌을지라도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와 같은 전통적 규칙은 분명 남성에게 경제적 부담을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부터 이 불평등한 사회 체제를 지속해왔다. 오히려 본인보다 더 나은 사회적 조건을 갖춘 여성을 꺼려하는 남성도 있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가 반드시 자신보다 좋지 않은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이 우스꽝스러운 비합리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가부장제가 가져다주는 알량한 만족감이 불평등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

 모든 일에는 장단(長短)이 있다. 비록 상대적으로 남성이 현 사회 제도의 수혜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여성과 남성은 해결돼야 할 사회적 차별을 겪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제로섬(zero-sum)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쪽에서 수혜를 받는다는 사실이 다른 한쪽에서는 차별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남성은 결혼 부담금을 지불하는 것과 가족을 부양하는 데 있어 받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가사 노동과 육아를 분담해야 한다. 또한 여성은 양성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남성들의 육아 휴직을 보장할 것을 보다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성차별의 원론적인 해결책은 성평등이며 우리 모두는 이러한 성(性)벽을 부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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