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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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재연 기자
  • 승인 2017.09.0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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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을 나답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주어진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한 삶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라고 한다. 특히 그는 채식을 하게 되면서부터 인생에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채식주의가 많은 주목을 받는 요즘, 오래전부터 채식을 실천해온 권혜랑 씨(이하 권 씨)를 만나봤다.


 

  소외되는 존재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권 씨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경쟁하며 평가받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경쟁에 시달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랐어요. 모든 경쟁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걸 민감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소외되고 평가 대상으로 절하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남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도 싫어하게 됐어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에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권 씨는 처음 채식을 결심하게 된 날도 다른 날처럼 평범한 날이었다고 전했다. “어머니 생신에 고깃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했는데, 조금 과식했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식사를 끝내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 순간 갑자기 ‘내가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에게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 혐오스럽게 느껴졌어요. 그 순간에 고기가, 아니 고기가 된 그 생명이 나와 같은 존재라고 느낀 것 같아요. 고기가 된 생명에게 연민을 느꼈죠. 그렇게 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돼서 화장실을 나오게 됐어요. 채식주의자들이 채식하게 된 계기를 들어보면 그 계기가 다양해요. 채식해야겠다고 결심해 채식하게 된 사람도 있지만, 찌개에 있는 생선과 눈이 마주친 순간 채식주의자가 돼버린 사람도 있죠. 결국 어떤 계기든 내가 존중해야 할 생명은 나와 같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순간을 맞이해요. 저는 그게 그 날이었고요.”



  삶에 조금씩
  큰 영향을 주다

  권 씨는 채식의 범위가 갈수록 커졌다고 말했다. “채식하게 된 세월이 10년 정도 돼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고기를 안 먹었어요. 해산물은 부담없이 먹었고요. 그런데 점점 안 먹는 게 늘어나더라고요. 이제는 달걀이랑 유제품은 아예 안 먹고, 해산물도 직접 사서 먹지는 않아요. 외식할 때 지인들이 저를 배려하기 위해 해산물을 먹자고 제안하는 경우에는 해산물을 먹는 편이에요. 그리고 김치에 들어간 젓갈도 개의치 않고 먹으니까 아직까지 해산물은 먹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변해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는 채식을 하면서 자신의 삶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전처럼 살 수가 없었어요. 모든 생명체가 존중받아야 할 존재들이 되니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났죠. 예를 들면 가죽이나 털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사지 못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소비하던 것들을 사지 않는 게 더 힘든 일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이라도 소비를 줄였죠. 화학제품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세탁세제, 주방세제, 비누, 치약, 샴푸, 린스 전부 쓰지 않고 있어요. 화장품이나 샴푸 같은 걸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서 동물들에게 가해질 실험을 생각하니 그것들을 못 쓰겠더라고요. 이를 깨닫는 과정이 내 삶을 바꿨다고 생각해요.”



  이해받기도 했고
  대립하기도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채식한다는 걸 털어놓기를 꺼렸다고 말했다. “채식을 시작한 지 1년이 좀 지나고 난 뒤 처음으로 남편과 아이들에게만 알렸어요. 자식들은 ‘엄마는 이제 고기를 안 먹는구나’ 하고 다양한 입맛 중 하나로 받아들였어요. 남편은 처음엔 거부감을 갖고 좀 꺼리는 것 같긴 했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여 줬어요. 하지만 친정에는 이를 말하지 못 했는데 채식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지나니까 동생들이 먼저 알아채더라고요. 살이 서서히 빠져 건강해진 것 같아 보인다고 하길래 거리낌 없이 채식한다고 말할 수 있었어요.”

  권 씨의 부모님은 지금까지도 그가 채식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제가 채식하는지를 알게 된 건 채식을 한 지 5~6년 정도 됐을 때였어요. 어머니가 고지혈증으로 수술을 받게 됐거든요. 그래서 어머니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채식한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됐죠. 부모님은 난리가 나셨죠. 두 분은 제가 고기를 안 먹으면 길을 가다가 영양 부족으로 쓰러질 거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는 이 때문에 특히 아버지로부터 다양한 권유를 받아봤다고 전했다. “아버지께서는 채식한다는 게 무슨 의민지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날은 고기를 우린 국물이니까 괜찮다며 육수를 주시고, 고기를 갈았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며 갈린 고기를 주시고, 한 번은 만두에는 고기가 정말 조금 들어가 있으니 괜찮다고 만두를 주셨어요. 뭘 줘도 안 먹으니까 혹시 불교로 귀의했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셨죠. 요즘엔 몸에 안 좋은 채소도 있다는 말로 저를 설득하려고 하세요. 어제도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예요.”



  긍정적인 영향을
  서로에게 주고받다

  권 씨는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제가 공유할 수 있는 건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주방 세제를 안 쓴다고 하면 주변에서 무엇으로 주방 세제를 대신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겨요. 몇 명한테 방법을 알려주면 한두 명은 꾸준하게 그걸 실천하고, 그게 잘 안 되면 그에 대해 고민하고 의논하기도 해요. 제가 그 사람의 계기가 된 거죠. 그래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가장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세요

  권 씨는 채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채식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채식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할 거예요. 건강 때문일 수도 있고 채식이 유행한다면 유행을 따라서 시작해볼 수도 있고 반려동물을 기르다가 채식에 뜻을 가질 수도 있을 거예요. 뭐가 됐든 채식을 하고 싶다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당장 시작해보세요. 앞으로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 채식주의자로 살아보자고 생각해봐요. 한 끼만 채식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고 내가 어떤 일에 부딪히는지, 앞으로도 채식이 할만한지를 생각해보면서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채식주의자로 살게 될 거예요.”


  그들의 존재도
  사랑해주세요

  “존재 자체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누구나 다 나를 존재 자체로 사랑해줬으면,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존중해주길 바란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대해야겠죠. 저는 이 범위를 조금만 더 넓혀서 다른 생명까지 존중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정말로 모든 생명을 그 존재 자체로 사랑하고 존중해준다면 세상이 더 좋게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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