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니?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니?
  • 손정아 기자, 정지원 기자
  • 승인 2017.09.18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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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도 소통을 위해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해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는 ‘제1회 아재 육상대회’를 열어 40대 연령층의 남성들에게 신조어 문제를 냈다. 당시 신조어 테스트에 참여했던 하태권 해설위원은 ‘이거레알’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ㅇㄱㄹㅇ’을 ‘아, 그래요?’라고 답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에는 신조어를 모르면 ‘아재’라고 불릴 만큼 신조어의 사용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더욱 그 쓰임이 늘어나고 있는 신조어에 대해 알아보자.

  중·고등학생 35.7%가
  모든 대화에 신조어 사용 중
  신조어란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쓰임이 더욱 다양해져 이제 신조어는 줄임말이나 인터넷 용어, 자음만 쓰는 단어 등 새롭게 의사소통에 이용되는 단어까지 포함하게 됐다. 지난해 교복 브랜드 ‘엘리트’가 중·고등학생 140명에게 ‘신조어 사용에 대한 생각’으로 설문조사(이하 엘리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신조어 사용 빈도를 묻는 항목에 ‘거의 모든 대화에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들이 35.7%였고 ‘일 5회 이상 사용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23.6%였다. 반면 신조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0.7%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신조어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의사소통 매체의 급속한 변화에 있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남길임 교수(이하 남 교수)는 “예전에 구어로 주로 소통하던 사적 담화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이 확산되면서 문어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많은 사람들은 빠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버카충’이나 ‘시강’과 같은 약어를 사용하거나 ‘소오름’이나 ‘노오력’과 같은 문어로 표현적 효과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신조어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국립국어원에 새롭게 신조어로 등록된 사례도 다양하다. 지난 2015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2014 신어’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집계된 신조어는 총 1,311개다. 국립국어원은 “신조어 등재는 당시에 유행하는 말을 수집해둔 것”이며 “그중 5년 넘게 유지되는 말을 표준어로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조어, 현실을 반영하는
  사회의 거울
  신조어 중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축약해 쓰는 단어도 많지만 사회상을 반영하는 단어도 많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생성됐던 신조어 중 최고 빈도 5위 내에 든 어휘에는 ‘셀카봉’과 ‘흙수저’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타임지는 셀카봉을 ‘2014 최고 발명품 25가지’에 포함하며 그 이유를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서 셀카 촬영에 필요한 도구가 나와 이것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흙수저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빈익빈부익부가 더욱 심화되는 사회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를 풍자하는 데 많이 이용된다.

  최근에는 취업의 어려움을 풍자하는 신조어들이 급증하고 있다. ‘N포 세대’나 ‘헬조선’은 각각 ‘취업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결혼이나 취업,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와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뜻이다. 이는 청년들의 힘든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신조어가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것에 대해 남 교수는 “언어는 사회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며 “인간은 언어로써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그 의미와 의도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조어를 통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가치관, 관심사 등을 알 수 있다”며 “신조어의 출현과 언급되는 빈도, 분포 등으로 사회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막는 신조어
  신조어 사용의 급증은 사람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막는다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SNS나 인터넷상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신조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불편을 겪는다.

  올해 1월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와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각 회원을 대상으로 ‘2017년 신조어 점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응답자의 36%는 신조어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신조어를 사용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1%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남 교수는 “의사소통에서 효력을 보이지 못하는 신조어는 소멸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조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어려움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조어 사용으로
  문제되는 ‘한글 파괴’
  남 교수는 “요즘 사용되는 신조어 중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어기거나 일반적인 언어 사용의 원리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취향저격’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취향’과 ‘저격’을 함께 사용해 표현의 효과를 준다. 또한 ‘착한 몸매’의 경우 ‘착하다’의 의미가 다소 변질된 것이다. 이에 남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언어 현상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언어의 파괴라는 극단적 평가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기성세대보다 SNS와 모바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신조어를 비교적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그중 10대는 신조어 사용을 긍정적으로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엘리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84.3%가 신조어 사용이 한글을 훼손시킨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신조어가 ‘한글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바람직한 언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10월 개통한 ‘우리말 샘’은 표준어가 아닌 단어에 대해 누구나 뜻풀이, 발음 등 어휘 정보를 직접 등록할 수 있는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이다. 우리말 샘에는 신조어 또한 등록할 수 있는데 실제로 ‘심쿵’, ‘혼밥’ 등이 기재돼 있다. 이에 신조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 뜻을 찾아 이해할 수 있게 돼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 교수는 “어떤 것이 창조적 표현이고 어떤 것이 언어를 파괴하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다만 신조어 문제뿐만 아니라 언어 사용 전반의 문제에 있어서 언어가 ‘소통’을 위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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