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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돋보기]상처투성이 몸으로 갈 곳을 잃었다
2017년 10월 10일 (화) 15:15:37 나재연 기자 njen530207@duksung.ac.kr
  지난 9월 부산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중학생이 저지른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가혹한 폭행으로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길 요구했다. 또한 부산 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 지금껏 우리가 몰랐던, 혹은 관심 갖지 않았던 학교폭력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강릉, 아산, 천안 등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보도됐을 뿐만 아니라 부산 폭행 사건을 모방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천안 폭행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은 부산 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진 폭행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파이프로 부산 폭행 사건 피해자의 모습과 똑같이 만들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건을 방지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난 뒤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논란이 된 부산 폭행 사건은 경찰이 이미 폭력에 노출됐던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 발생했다. 지난 6월, 피해자는 가해자 집단에게 1차 폭행을 당했다. 이후 9월에 일어난 폭행은 피해자가 폭행을 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보복하려 저지른 것이었다. 즉, 경찰이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했다면 2차 폭행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피해자의 사진이 떠돌아 추가적 피해도 우려된다. 이에 피해자의 어머니는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 등을 경찰에 요청했으나 이 요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요청받은 일이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며 회피하고 수사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경찰만이 학교폭력 사건에 미숙하게 대처한 것은 아니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년째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모은 뒤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학교폭력 신고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학생들이 보복을 우려해 학교폭력 사건을 신고하지 못할 수 있어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폭력 사건을 신고한다고 해도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 역시 다르지 않았다. 2012년 2월 20일에 방영된 채널 스토리온의 예능 프로그램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는 117학교폭력 신고센터가 상담전화의 수신을 거부해둔 사실을 밝혔다. 6명의 상담원이 6대의 전화기로 전국 각지에서 걸어오는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담원들이 학교폭력 사건 신고 접수와 상담전화 수신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방송이 나간 이후인 2012년 6월, 117학교폭력 신고센터가 전국 17개소로 확대되고 117학교폭력 신고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늘어났으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117학교폭력 신고센터 이용률은 2.2% 정도이다.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제도가 생겨났지만 대부분의 제도들은 실효성이 낮은 게 현실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상처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을 보호해줄 곳을 찾아보지만 아무도 그들을 든든하게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은 다친 몸으로 폭력 속을 헤매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현행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해결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루빨리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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