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그 실효성은?
인터넷 실명제, 그 실효성은?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7.11.20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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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효력은 유효해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혁신을 이룬 매체다. 이제 우리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기 쉽지 않다. 이렇듯 인터넷이 한 때 유행하는 매체에 지나지 않고 우리 생활에 필수적 용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익명성이라는 특징 덕분이다. 우리대학 문헌정보학과 이소연 교수(이하 이 교수)는 “인터넷에서는 사회적 발언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우리들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표현들이 난무해 이를 규제할 방안이 모색됐고, 몇몇 사람들은 익명성을 이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타인을 모욕하기도 했다.
<출처 / electronic science>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
  인터넷 실명제 등장으로 이어져
  21세기에 들어서자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늘어나면서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범죄가 발생해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이버 범죄를 제지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방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2000년 12월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상임위원회가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곽치영 민주당 의원은 “현재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ID실명제와 통신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인 ‘하늘사랑’, ‘네티앙’, ‘세이클럽’ 등은 자체적으로 그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 사이버 범죄를 막는 규제를 규정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익명성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당위성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2002년 12월 19일에 치러진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인터넷 선거’로 비유될 정도로 인터넷의 위력이 막강했다.

  이후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터넷 실명제를 공공기관에 먼저 적용한 후 이를 법제화해 민간 영역에도 적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면서 인터넷이 선거의 당락에 미치는 영향을 절감한 정치권은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2004년 3월 12일,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선거게시판 실명제가 도입됐다. 이는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기간에만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에 인터넷 실명제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됐다.

  한편 2005년 6월 6일, 일명 ‘개똥녀’ 사건이 발생한 뒤 인터넷에서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개똥녀’ 사건은 한 여성이 키우는 강아지가 지하철에서 변을 봤으나 해당 여성이 그 변을 치우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여성의 얼굴이 다 드러난 사진과 함께 그 상황이 담긴 글을 올려 큰 논란이 됐다. 공중도덕에 어긋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당한 비난을 넘어 해당 여성의 인권이 침해됐다. 심지어 인터넷 사이트 ‘옥션’에서는 ‘개똥녀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해당 여성을 대상으로 엽기적 경매도 진행됐다.

  익명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2007년 7월 26일, 정보통신부는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이 실시되면서 네티즌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3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포털과 UCC 사이트, 하루에 평균적으로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하기 위해 실명 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그 후 2009년 1월 28일부터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는 대상이 인터넷 사이트의 유형과 상관없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으로 확대됐다.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는 인터넷 사이트가 2008년을 기준으로 37곳이었으나 이가 개정된 후 153곳으로 확대됐다.
<출처 / 파이낸셜 뉴스>

  인터넷 실명제,
  결국 5년 만에 폐지돼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 후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고 네티즌들의 개인정보가 침해받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또한 네티즌들은 국내 사이트를 이용할 때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하다 보니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외국 사이트를 이용하게 됐다. 실제로 2013년 10월 8일,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을 기준으로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에 불과했으나 인터넷 실명제가 시작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2년 8월 말에 74%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판도라TV’와 ‘다음TV팟’ 같은 국내 동영상 사이트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자 2011년 4월,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과 시민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인터넷 실명제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언론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고, 인터넷 사이트가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게 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해 경제적 부담까지 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해 9월, ‘뉴욕타임즈’는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인터넷 실명제를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실시된 인터넷 실명제는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단순히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할 때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할 경우에 필수적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그 공익이 명확해야 한다”며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 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을 만큼 줄지 않았고 네티즌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했다는 걸 고려하면 인터넷 실명제가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의 실시는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제한하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들의 인터넷 사이트 이용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 후 발생한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상
  효력은 여전히 유효해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은 정보통신망법에 한정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의 실명확인 조항의 효력은 여전히 유지됐다. 그래서 선거운동 기간에 네티즌들이 공직선거법에 적용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후보자나 정당 관련 글을 올리려면 실명 인증을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언론사 홈페이지는 선거 기간에만 실명 인증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실제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기간에 실명 인증 시스템을 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1천만 원을 부과받자 관련 조항의 헌법소원을 냈다. 또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에 따라 공직선거법의 실명확인 조항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에 2015년 9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직선거법의 실명확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이 실시되는 동안 네티즌이 공직선거법에 적용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후보자나 정당과 관련된 글을 올릴 때 실명을 인증해야 하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
  과연 옳은 결정인가
  선거운동 기간을 제외하고 인터넷 실명제는 사실상 폐지된 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 실명제의 시행 여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다. 이설화(식품영양 3) 학우는 “궁금한 점이 있어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달리지 않고 나를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댓글이 달려 곤혹스러운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다면 이런 상황이 제지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터넷 실명제의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대학 법학과 강수경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로 익명성이 제한되는 상황을 피해 네티즌들이 익명성을 이용하는 방법이 진화할 것이다”며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그 실효성은 없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만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인터넷 실명제는 통제의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를 갖춘 인터넷과도 맞지 않다”며 “특정 제도를 실시해 익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억제하려 하기보다는 네티즌 간의 자기 정화 작용이 이뤄지도록 고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에서 통제받지 않은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했을 때 네티즌들이 이에 눈살을 찌푸리고 지나가는 데 그치면 안 된다”며 “네티즌들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에서 지켜야할 바람직한 매너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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