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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의 김지영을 응원하며
2017년 11월 21일 (화) 14:08:22 이예림 정기자 -
  나는 우연히 집에 있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엄마가 사온 책이었다. 책을 읽으려고 집어든 나에게 엄마는 부은 눈으로 웃으며 “어젯밤에 그 책 읽고 울어버렸어”라고 말했다. 옛날부터 엄마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감정 몰입을 잘해 우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래서 엄마의 말을 듣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도 울어버렸다.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에 앞선 72년생 그의 이야기가 있다. 1972년에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는 독서를 좋아했다. 눈이 나빠질 정도로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안경을 써야 할 정도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산수였다. 언어 과목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산수 과목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그의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에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매력적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대학에 진학해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가정은 경제적 상황이 좋지않아 삼남매를 대학에 진학시킬 여유가없었다. 결국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는 교사의 꿈을 접고 곧바로 한 출판회사에 취직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성과를 내는 것은 보람찼다. 그는 열심히 일했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23살, 한창 젊은 나이에 그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성과 결혼했다. 결혼생활은 행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그가 일하는 동안 어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에 가정의 살림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었다. 그는 아쉬웠지만 아이를 키우고 난 후에 다시 일을 하기로 다짐하며 회사를 그만뒀다. 그렇게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본 학우들은그의 이야기가 책의 내용과 유사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에게 들었던 그의 이야기와 내가 본 그의 모습이 ‘김지영’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하게 책에 있었다. 그는 나의 어머니이자 82년생 김지영보다 10년 먼저 태어난 ‘제0의 김지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내 눈에 눈물이 맺히고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했다. 물론 ‘아빠’라는 단어도 내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엄마는 무엇인가 달랐다. 엄마는 늘 오빠와 나, 동생에게 우리 셋의 엄마여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난 그 말을 들을수록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꿨던 꿈의 크기가 세상에게 여성이자 엄마라는 이유로 작게 보였기 때문일까. 젊은 나이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셋을 키운 그가 꿈을 이루지 못한 게 나에게 죄책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언젠가 엄마는 내게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일이 어렵거나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이 꿈 많고 유능한 젊은 여성을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두려운 중년의 여성으로 만들었을까. 나는 수많은 여성들을 김지영이 될 때까지 방치한 사회와 자신이 할 일을 당연하게 여성에게 떠넘긴 일부 남성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김지영이 가장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건 사회와 남성보다도 제0의 김지영의 딸인 나였다.

  최근 엄마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는 학창시절부터 언어 과목 중에서 일본어가 가장 재밌었다며 오랜만에 하는 일본어 공부가 어렵지만 즐겁다고 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것을 시도하는 게 두렵다고 했던 엄마가 무엇을 시도한다는 것이 기뻤다. 그리고 엄마가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한 단계 나아간다는 사실이 좋았다.

  사회와 남성이 변하기엔 오랜 시간과 여러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김지영은 우리 주변에 계속 존재할 것이며 나 또한 제2의 김지영이 될 수 있다.그러나 나는 나와 제0의 김지영인 그를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는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제0의 김지영을 응원한다. 또 주변의 수많은 김지영들을 응원한다. 우리는 모두 꿈을 잃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려워하는 김지영이 없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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