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8 화 19:04
 
선거 세칙, 학술문예상
> 뉴스 > 대학
     
갈림길에 서 있는 여대
여대의 정체성을 묻는다
2017년 11월 27일 (월) 09:09:31 정예은 기자 ye31301995@
  
  과거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워졌던 여자대학교(이하 여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교육권이 보장되면서 여대가 존치하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원복 총장 역시 우리대학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끊임없이 ‘여대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여대의 정체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울어진 교육의 장
  여성의 교육권을 위해 세워진 여대
  여대가 처음 설립된 이유는 역사적 시대상에서 찾을 수 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고등교육기관에 다닐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과거 대부분의 고등교육기관에는 남학생이 절대적 다수였다. 이에 여성이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반대하며 여성 전체를 계몽하려는 움직임이 여대를 설립하는 데 촉매제가 됐다. 따라서 여대의 설립이 갖는 최초의 의의는 교육을 통해 여성을 계몽하는 동시에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을 추구하는 데 있었다.

  올해로 131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대,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도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근대적 교육을 제공하고자 세워졌다. 이화여대의 설립자 메리 스크랜튼은 미국 선교사로서 복음을 전파하고자 한국에 온 후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돌봤다. 그는 이 과정에서 조선 여성들을 계몽하고자 한국 여성 교육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이화학당을 설립했다. 이는 후에 이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대로 발전하면서 한국 여성 교육의 바탕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대학 역시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됐다. 여성 독립운동가인 차미리사 선생은 우리나라의 자주 독립을 위해 교육으로 구국운동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특히 여성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여겼다. 이에 1920년에 차미리사 선생은 덕성학원의 전신이 되는 조선여자교육회를 결성해 소외받는 여성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는 외국인으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지 않고 조선 여성이 다른 조선 여성들의 독립심을 향상시키고자 자체적으로 설립한 최초의 여학교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잇따르는 논란
  위기에 처한 여대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 인권은 전보다 향상됐고 덩달아 여성의 교육권 역시 폭넓게 보장됐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 성격차지수 ‘교육 성취’ 통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이는 한국에서 여성과 남성이 교육기관에 진학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고등교육기관을 갈 때 성별을 이유로 제한받지 않게 되면서 여성의 교육권을 위해 설립된 여대의 역사적 의의는 빛을 잃게 됐다.

  여학생들이 남녀공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여대의 존치가 남학생들을 역차별한다고 비판하는 주장도 생겨났다. 특히 학생들이 선호하는 약대, 의대, 로스쿨의 일부가 남학생은 입학할 수 없는 여대에 있다는 점 때문에 지난 2011년에 는 남성 두 명이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대는 그 수가 적은 비주류 대학이기 때문에 ‘여대’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재영(사회 1) 학우(이하 이 학우)는 “주변에서 ‘여대는 재미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여자애들은 기가 센데 어떻게 이들과 함께 지내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A 학우 역시 “우리대학에 입학하기 전, 여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남녀공학과 달리 여대는 사회에서 장외 코스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여학생들의 여대 선호도가 점차 떨어지면서 여대의 수가 줄고 있다. 1994년 효성여자대학교는 대구가톨릭대학교로 명칭을 바꾸면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했고, 1996년에는 상명여자대학교가 상명대학교로 명칭을 바꿔 그 뒤를 이었다. 1997년에는 부산여자대학교가 신라대학교로 명칭을 바꾸며 남학생들을 수용하기 시작했다.현재 전국에 있는 4년제 여대는 모두 7곳으로, 그중 6곳이 서울에 위치해 있다.

  여대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 내에 있는 여대는 한 세기만에 300여 개에서 50여 개로 줄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이 졸업해서 유명한 웰즐리 대학교를 포함한 ‘세븐 시스터즈(미국 여대의 아이비리그)’는 아직 건재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전통 있는 여대, 밀스 대학교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고 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이가 무산되기도 했다.
   

차미리사 선생이 여자 야학을 처음 시작한 교회 예배당의 모습이다. 차미리사 선생은 이 예배당에서 조선여자교육회의 산하에 있는 부인야학강습소를 열어 기혼 여성들을 가르쳤다. <출처/연합뉴스>


  여대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장점을 봐야
  하지만, 여대의 설립이 갖는 의의인 ‘여성의 교육권 보장’만이 여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다. 여대에서는 우리사회에 자리잡혀 있는 가부장적 문화가 덜 형성돼 있어 여성들에게 행동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 이 학우는 “남녀공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남학생들로부터 “오늘은 왜 화장 안 했어?”라는 말을 들으며 외모와 관련된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며 “여대에서는 비교적 외모와 관련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A 학우 역시 “여대에서는 다른 곳에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주제인 여성 인권에 대해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다”며 “다른 학우들과 함께 여성 인권에 대해 토론하면서 이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도 여대가 갖는 장점 중 하나다. A 학우는 “동아리 방이나 과방에서 잠이 들어도 성추행을 당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다”며 “남녀공학에서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빈번한 반면 여대에서는 학생이 성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적 독립성을 향상시킨다는 것도 여대를 진학하는 데 꼽히는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여대의 취업률은 남녀공학보다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남녀공학의 취업률이 남학생과 여학생의 취업률을 합산했기 때문이다. 2016년 대학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DB연계취업자와 대학원 진학자를 합산해 취업률을 계산했을 때 여대 출신 여성들의 취업률이 남녀공학 출신 여성들의 취업률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A 학우는 “사회에는 여성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유리천장이 있다”며 “여대에서는 이같은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교육을 받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등해진 교육의 기회
  여전히 불평등한 교육의 질
  여성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여대가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여학생들은 공평하게 교육을 받아야 할 교육의 장에서도 암묵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데이비드 새드커 교수와 마이라 새드커 교수가 10년간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연구한 결과, 교사는 일반적으로 여학생보다 남학생을 더 지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남학생은 교사로부터 더 많은 주목과 칭찬, 나무람 받는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새드커부부는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입학할 당시 성적이 우수했던 여학생이 졸업할 때에는 남학생보다 뒤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소가 연구원을 선발할 시 여성과 남성의 자소서와 경력이 완전히 동일해도 남성을 무의식적으로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가 발표한 ‘과학 관련 기관들의 성차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이공계 분야의 연구소 127곳에 연령·학력·성적·경력은 같지만 여성 이름이나 남성 이름을 써 성별만 달리 한 상태로 지원서를 보냈을 때 남성 이름을 가진 지원자가 채용 점수, 연봉 등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교육기관은 남학생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남학생에게 특혜를 주기도 했다. 실제로 유명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하나고등학교는 2010년에 개교한 이래로 여학생보다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면접 과정에서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족한 남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정 점수를 부여해왔다는 사실이 2015년에 적발됐다. 이처럼 여성들의 교육권이 보장됐다고 하더라도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대가 갖는 ‘여성 교육 지원’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대,
  여성을 위한 요람으로 남아야

  ‘여대 위기론’이 끊임없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리대학도 미래에 남녀공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A 학우는 “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여성은 여전히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는데 여성들이 이를 인식하고 배워야 할 곳이 바로 여대다”고 말했다. 또 “여대야말로 여성의 현실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학우도 “교육의 형평성은 사회적으로 이뤄졌지만 남성과 여성 사이의 기회의 형평성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공학의 경우 주로 남학생들이 학과 대표나 학생회장 같은주체적인 직책을 맡는데, 이는 개인의 성향보다 우리 모두에게 내재화된 사회구조적 힘이 개입한 현상이다”며 “따라서 기회의 형평성이 갖춰지고 사회에서 여성이 소수나 약자가 아닌 남성과 동등한 인간적 주체가 된 후에 여대의 존재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주)유니코써어치>
ⓒ 덕성여대신문(http://www.dspress.org)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청소년보호정책
132-714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사 | 전화 : 02-901-8551,8 | 팩스 : 02-901-8554
메일 : press@duksung.ac.kr | 발행인 : 이원복 | 주간 : 조연성 | 편집장 : 박소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소영
Copyright 2007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spr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