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없는 대학
총학생회 없는 대학
  • 정예은 기자
  • 승인 2017.12.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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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알아보다

  총학생회가 없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 총학생회 후보가 출마하지 않거나, 총학생회 후보가 있어 총학생회 선거를 진행해도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가 선출되지 않는 것이다. 학생의 대표인 총학생회의 부재가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시대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이에 본 기사에서 대학에 총학생회가 부재하게 된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학생들을 대표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던 총학생회
  20세기 중후반의 총학생회는 현재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갖는 위상과 달리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때의 총학생회가 갖던 대의적 권위는 당시 사회에 형성됐던 운동권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역사가 오래된 대학의 경우, 1960년 4.19 혁명을 전후로 총학생회가 생겨났다.

  1949년에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설치돼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검열했던 학도호국단이 4.19 혁명 이후 학생들에게 사상통일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1960년 5월, 학도호국단이 폐지돼 학생 자치의 상징인 총학생회가 결성될 수 있었다. 이렇게 결성된 총학생회는 억압적 통제에 반발하던 학생들을 대표해 민주주의를 외치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투쟁했던 운동권 총학생회였다.

  그러나 1975년에 박정희 군사정권이 학도호국단을 부활시켰고, 이에 따라 1975년 7월, 전국적으로 각 대학에서 자치적 학생회가 폐지됐다. 그 결과 문교부의 ‘학도호국단 설치령 시행규칙’에 따라 학도호국단이 다시 설치돼 학생들은 학도호국단원으로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러다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되면서 학생들은 학도호국단의 폐지와 총학생회의 부활을 주장했다. 이에 1984년 11월 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회는 학도호국단의 폐지와 학생자치기구의 부활을 정부에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1985년부터 각 대학에서 총학생회가 부활하게 됐다. 1985년 총학생회가 다시 결성됐던 시기에 대학생이었던 도세영(54. 여) 씨(이하 도 씨)는 “대학교 1학년 때는 경찰이 학교에 상주하며 학생들이 시위를 할 수 없게 했다”며 “1983년에 학원 자율화 조치가 이뤄져 서클 활동이 자유로워졌고, 그 후 총학생회가 부활했다”고 말했다.

▲ 1969년 6월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3선 개헌 반대 투쟁에 나선 모습이다.

  국가의 억압적 통제에 항거하며 재결성된 총학생회는 다방면으로 학생들을 대표하며 특히 민주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앞장섰다. 도 씨는 “학도호국단이 사라지고 다시 총학생회가 부활한 그 해에 학생들은 처음으로 직접 선거를 통해 총학생회를 선출했다”며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갖는 관심이 지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한 복지부터 정치적 시위까지 모든 면에서 학생들을 대표하는 활동을 했다”며 “총학생회장이 학생회에서 ‘군부 독재 타도’ 시위를 이끌면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축소된 총학생회의 역할과
  위기에 처한 총학생회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총학생회는 과거와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됐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주의가 이룩되면서 급진적 학생운동은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1997년에 발생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청년실업으로 옮겨졌다. 이와 같은 시대상의 변화로 2000년대 이후 운동권 총학생회의 입지는 약화됐고,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총학생회는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고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총학생회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총학생회가 학교와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줄었다. 이에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해져,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가 부재한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이하 가톨릭대)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4일, 2018학년도 중앙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을 공고했다. 그러나 가톨릭대에는 2018학년도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연합회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각 단위의 회장 후보자가 한 명도 없어 중앙선거 자체가 무산된 경우는 굉장히 드문 사례다.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에는 지난해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지원자가 없었다. 이후 보궐선거를 진행할 때는 단일 후보가 출마했으나 추천인 서명 수를 충족하지 못해 투표가 이뤄지지 못했다. 숙명여대에서는 2014학년도의 ‘라잇업’ 총학생회와 2015학년도의 ‘리플라잉’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난 후 최근 2년 연속 총학생회가 부재했다.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에도 지난해 11월, 총학생회 후보 지원자가 없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이에 지난 3월에 총학생회 보궐선거를 치렀으나 투표율이 26.98%에 달해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가 들어서지 못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부재는 연세대에 총학생회가 들어선 이래로 5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줄어드는 투표율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업무가 학생 복지에 집중돼 있어 총학생회가 부재해도 대학 생활을 하는 데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가톨릭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총학생회가 맡고 있는 업무 중 학교 잠바를 공동 구매하는 것이나, 주도적으로 학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총학생회가 없어도 별 문제 없이 이뤄진다”며 “총학생회가 학내에 끼치는 영향력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학내 여론도 ‘총학생회 덕분에 수혜 받은 사실이 없으니 총학생회가 부재해도 상관없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며 “하지만 총학생회의 부재로 불편했던 점이 하나 있는데, 총학생회가 관리해주는 휴게실을 계속 쓸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의 부재 시 총학생회를 대리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있어 총학생회의 빈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B 씨는 “재학하면서 총학생회가 있었던 때와 없었던 때를 모두 지켜봤는데 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비대위가 총학생회를 대신해 큰 문제 없이 업무를 잘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후보자에 대한 불신이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A 씨는 “비리 문제로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져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B 씨도 “총학생회가 학교를 위해 노력한 점도 있겠지만, 정치 입문의 발판으로 총학생회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총학생회가 학교나 학생을 위해서 많이 노력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B 씨는 얼마 전 치러진 숙명여대 제50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총학생회 후보자들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커 투표율이 미달됐다고 말했다. B 씨는 “올해는 두 선본이 총학생회에 지원했다”며 “유세 기간 동안 한 선본이 규칙을 위반하고 자격을 박탈당해 단일 후보로 투표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박탈당한 선본 측이 단일 선본의 문제점과 내부 비리를 고발하면서 학생들이 총학생회 후보자들을 불신하게 됐다”며 “이에 투표율이 미달돼 총학생회 선거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또한 B 씨는 “지금 2차 투표를 진행 중이다”며 “결과는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1차 투표율이 낮게 나온 것이 후보자들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의 투표율이 낮은 원인으로 총학생회가 학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 낮다는 것이 지적되기도 한다. 지난 8월, 오마이뉴스가 서울대학교와 연세대, 전남대학교의 학생 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방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를 할 때, 대한민국에 변화가 생길 거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89%였다. 반면 총학생회 선거에 투표했을 때 대학에 변화가 생길 거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5%에 불과했다. 개인이 정치적 행동으로 공동체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정치 효능감이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학내 선거에서 낮은 정치 효능감을 느끼는 원인 1위는 ‘총학생회가 대학생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어서’였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이번에 총장이 달라지면서 교내 셔틀버스 이용비가 올랐고 예산이 교내 건물을 증축하거나 보수하는 데 사용되기는커녕 정원을 만드는 데 사용돼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항의를 해도 달라지는 점이 없어 총학생회도 외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내 민주주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총학생회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했을 정도로 단순한 학내 조직 이상의 의미를 지녔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했고, 그 영향력이 축소돼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도 좁은 입지에 서 있다. 학생들의 총학생회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증대되면서 총학생회가 없는 대학도 늘어나는 이 시기에 학내 민주주의를 환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B 씨는 “총학생회가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총학생회가 바로 선다면 학교나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복지를 이루고 학생들을 결속시켜주는 정신적 지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총학생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학생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다”며 “총학생회가 자격이 있고 공정한 사람들로 구성돼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서 더 성실히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 씨는 “과거에는 취업에 대한 걱정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총학생회 활동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며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감소한 건 공동체보다 개인이 중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학생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문제가 해결돼야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환기도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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