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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넋 놓고 있을 것입니까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
2017년 12월 04일 (월) 15:51:01 이수연 기자 wowow77777@duksung.ac.kr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달 15일, 경상북도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8학년도 수능을 일주일 뒤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교육부가 대처를 잘했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아직까지도 일부 교육 현장에서는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을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



  안전불감증이란
  무엇인가?
  안전(安佺)불감증(不感症)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안전에 대해 무감각해진 증세’다. 즉, 안전불감증은 안전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나 지식이 없고 안전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위협을 느끼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상태를 일컫는다.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이하 김 교수)는 “안전불감증은 재난이나 재해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서 위험에 대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련의 과정이다”고 말했다.

  안전불감증은 단순히 우리의 의식이 잘못됐다는 것에 그치는 개념이 아니다. 안전불감증으로 평소에 사소하게 여겼던,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위험 신호가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지(無知)가
  불러일으킨 참사
  안전불감증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붕괴돼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사건의 시초는 성수대교를 관리하던 서울시의 안일한 조치였다. 서울시는 성수대교에 대한 안전점검을 소홀히 시행했고 성수대교 상판 이음새에 심하게 벌어진 틈을 감추기 위해 철판을 설치했다. 사고 당일 새벽에 성수대교를 통과하던 차량의 운전자는 해당 철판을 지날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서울시에 직접 이를 신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교량진입 통제 등의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비극적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 엄기영 앵커는 “그렇게 걱정들 했는데도 기어이 오늘 성수대교 붕괴참사는 예고된 인재(人災)였습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중앙일보>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마음을 시리게 하는 ‘세월호 침몰 사건’도 안전불감증으로 손 쓸 수 없이 커진 참사다. 우선 기본적 규정을 무시하게 한 안전불감증이 세월호 침몰 사건의 시초가 됐다. MBC<승객 더 태우려 선박 개조?..“구명보트 오작동”결함 의혹> 기사에는 본래 세월호에 600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었는데 300여 명을 더 태우기 위해 세월호 뒤쪽을 개조했다는 전직 세월호 기관사의증언이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세월호 뒤쪽을 개조할 때 철판 등을 덧대서 세월호의 침몰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침몰 사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이나 미국에서 배를 운행하기 전에 전제하는 조건인 ‘배는 반드시 가라앉는다’는 점을 고려해 배를 운행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선박직 직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위험 상황임을 인지해 사람들을 제대로 구조했더라면 처참했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박직 직원들은 구조되고 나서도 승객들에게 배에서 내리라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안내방송이 계속됐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8시간이 지나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해 정부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렇게 정부가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실이 나타나면서 정부는 재난을 그저 남 일이라고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박을 운행하는 데 안전과 관련된 규제가 미약했고 이익을 위해 안전 수칙을 무시했던 사실로 안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체감할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뒤이어 최근 경상북도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같은 재난에 대해 대응하는 현재 정부의 모습은 지난해 정부의 모습과는 달랐다. 경주 지진이 발생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이 돼서야 국무회의를 진행했고 ‘국가지진화산센터 운영매뉴얼’에는 ‘심야엔 장관을 깨우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됐다. 또한 긴급재난문자는 지진이 발생한지 15분 정도가 지나서야 발송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비서관 회의를 소집했고 긴급재난문자는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1분 만에 발송됐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안전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재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은 미처 개선되지 못했다. 즉, 우리나라에는 안전불감증이 현재까지도 만연하다. 한겨레 <“대피하려는데 선생님 꾸중” 일부 교육 현장 ‘안전 불감증’ 여전> 기사에서 포항 지진이 발생한 날,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한 중학생이 수업 중에 진동을 느껴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선생님이 '(그까짓) 지진이 뭔데’라며 ‘책상에 앉아 있어라’라고 했다고 한다. 같은 날 대학생 김지수(22. 여) 씨는 “학교에서 강의를 듣다가 진동이 느껴져 학생들이 웅성거렸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강의는 계속 진행됐다”고 말했다. 기자 또한 당시 강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학우들의 핸드폰으로 긴급재난문자가 한꺼번에 발송돼 경고음이 크게 울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않아 강의를 계속 들었다. 기자는 이것이 신경 쓰였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자 그 상황에 안심하게 됐다.


  안전한 사회에
  도달하기 위해
  이처럼 위험을 알리는 요소가 있음에도 이에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위험한 상황에도 안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기자가 있던 강의실에서는 다행히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큰 참사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정부가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즉 안전불감증이 사라져야 우리나라는 이제껏 겪어왔던 참사를 또다시 겪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안전문화(‘안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안전에 관해 사람들이 공유하는 태도나 인식, 가치관을 통칭하는 개념)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사라지고 안전문화가 자리 잡히려면 다방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을 인지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안전한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모든 영역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이와 관련된 수칙을 체득하려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소에도 안전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나 하나쯤’이
  가져올 결과
  우리나라에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친다면 나중에 다른 소를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계속해서 소를 잃었다. 이제는 또다시 재앙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 자신부터 인식을 고쳐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 하나쯤은’ 조금 규칙을 어겨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결국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고 ‘나 하나쯤이’ 조그마한 위험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 늘 기억하고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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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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