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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대학가 노동자들
대학가 노동자들의 일자리 점점 줄어들어
2018년 03월 05일 (월) 16:40:56 김서영 기자 gkh4595740@duksung.ac.kr
  새 정부가 들어서며 창창한 나날이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대학가 경비·청소·시설 노동자(이하 노동자)들의 앞길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올해부터 상당수의 대학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은 혹한의 추위에 떨며 광화문과 각 해당 대학에서 시위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해 재정이 부족하다는 게 각 학교측 입장이지만, 대학이 올해 사상 최고로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본관 농성에 돌입한 지 37일째인 지난 1월 21일 오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노동자들은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연세대를 규탄하는 모습이다.  <출처/노동과세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1일, 고려대를 찾아 최근 고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학교와 노동자 양측의 의견을 듣고 있다. <출처/청와대>

  대학가들, 퇴직 인원 충원 꺼려
  지난해 연세대학교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인원은 총 714명이었으나 지난 1월, 연세대학교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667명으로 작년에 비해 47명이 줄었다. 그러나 연세대학교 측은 결원 47명 중 단 5명만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가 노동자들은 대학이 노동 강도를 더 높이고, 근로 조건을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국대학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이하 동국대분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 동국대학교 노동자는 86명으로 2014년에 비해 총 21명이 감축됐다. 이후 2016년에 동국대학교는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며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지난해 연말 8명의 노동자가 정년퇴직해 생긴 빈자리를 채울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 자리에 시급 15,000원을 받는 근로장학생을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노동자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동국대분회는 “정년퇴직자의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동국대학교는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는 행위를 철회하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최효은(27. 여) 씨는 “대학 구성원은 학생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며 “학교측이 제시한 대안인 근로장학생 제도는 노동자의 의견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대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의 재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 재정부족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하지만 대학 구성원인 노동자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음으로써 대학의 재정부족 문제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측, 노동자의 인원 감축 불가피해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결정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가는 청신호”라며 최저시급을 6,470원에서 올해 기준 7,530원으로 대폭 상승시켰다. 이로 인해 대학과 용역업체는 대폭 오른 시급으로 발생할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따른 피해는 결국 본교 학생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시급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노동자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면 학생들을 위한 복지사업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들은 장기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하위 40%의 대학에 한해 학령인구를 2만 명 가까이 줄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호 인권운동가(이하 김 인권운동가)는 “등록금으로 대부분의 재정을 운영하는 대학에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재정적으로 치명적이다”며 “대학은 학령인구가 감소돼 재정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에 손을 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태식 동국대학교 총장(이하 한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학교의 재정을 운영하는 데 안정성을 확보하고 긴축재정 속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인권운동가는 “한 총장의 말을 보면 동국대학교에서 노동자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불안정한 재정 속에서 대부분의 대학이 취한 조치는 노동자들의 인원 감축이었다. 이에 안선혜(47. 여) 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는 상황이다”며 “게다가 정부는 대학에게 학생 수를 줄이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다 보니 정년퇴임한 노동자의 빈자리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 같다”며 “이것이 재정난이 닥친 대학이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택한 대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인권운동가는 “대부분의 대학은 노동자 고용 인원부터 줄이는 식으로 재정을 절약하려 하고 있다”며 “올해 시급이 오르자 대학들은 모두 기다렸다는 듯 재정부족을 문제 삼아 노동자들의 인원을 감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책 모색해 봐야
  대학이 ‘직접고용’이 아니라 용역회사에 업무를 위탁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간접고용’을 하면 용역회사에 위탁할 때 드는 용역비를 지출하게 된다. 김 인권운동가는 “대학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직접고용을 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 중 하나다”며 “직접고용을 한다면 간접고용할 때 드는 용역비가 사라져 노동자들의 인원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고용하면 고용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년 바뀌는 시급으로 학교측과 부딪힐 필요가 없다”며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면 노동자에게 나가는 고정비가 생기므로 대학도 노동자와 관련된 예산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지난해부터 일부 대학이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7일, 서울대학교에서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는 “‘서울대학교 용역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해 교내 노동자 76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용역업체와 계약이 종료되는 노동자 500여 명부터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한편 김 인권운동가는 “간접고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용역업체와 상의해 용역비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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