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요
수공예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요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8.03.0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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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을 공부하던 한 대학생은 남미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만난 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남미 여성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시작한 일은 현재 한국의 미혼모를 돕는 데까지 이어졌다. 기자는 여성친화적 사회적 기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수공예 브랜드 ‘크래프트링크’의 고귀현 대표(이하 고 대표)를 만나봤다.
현재 크래프트링크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공예 제품이다.

  사진 속 남미의
  ‘진짜’ 풍경
  고 대표는 대학교 4학년에 떠난 남미 여행에서 돌아온 후 뜻밖의 생각을 하게 됐다. “70일간 남미의 5개 나라를 혼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했어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 남미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여행할 때는 아름답게만 느꼈던 풍경에 본질적인 사회 문제가 담겨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진 속에 담긴 구걸하는 아이들과 여성들을 보면서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제게 준 행복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죠.”

  고 대표는 남미 여성의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으로 남미 여성을 돕기 위한 창업을 꿈꿨다. 그러나 섣불리 실천하지 못했다.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그에게 창업은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이다. “창업을 시작하기에 제가 경제적·지식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창업할 만큼 자본이 있지도 않았고 제가 공부한 전공 학문이 창업과 관련성이 적어 부담이 됐죠. 주변에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할 지인도 없었고요. 그래서 스스로 더 발전한 후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창업에 대한 꿈만 갖고 이를 실천하려는 용기는 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다
  창업에 대한 막연한 꿈만 갖고 있던 고 대표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강연을 듣게 된다. “전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고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연을 들으러 갔어요. 그 강연에서 저와 비슷한 상황의 또래 친구들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제가 가졌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리고 사회적 기업도 NGO처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여성친화적 사회적 기업인 크래프트링크를 창업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고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여러 공모전과 정부지원사업에 사회적 기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출했어요. 여기에서 운 좋게 제 아이디어가 당선됐고 상금을 받았어요. 이 상금들은 창업할 때 자본금이 됐죠.”

  그 후 그는 창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워보기로 결심한다. “제가 가진 창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카이스트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수료할 기회가 생겼어요. 이 과정 덕분에 창업하는 데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게 된 거죠.”

  수공예로 연결된
  남미와 한국의 여성들
  크래프트링크는 수공예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다. 기자는 고 대표에게 수공예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물었다. “수공예 기술의 조건이 우리 기업과 잘 맞을 것 같아서 이와 관련된 사업을 시작했어요. 남미에서 수공예 기술은 보편화된 기술이에요. 수공예 기술은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나타낼 수 있고 특별한 교육 없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죠. 그리고 수공예 기술은 경제적으로도 투입 자원의 비용이 낮아요. 재료비도 낮고 사람이 손으로 하는 기술이다 보니 공장과 같은 거대 자본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수공예 기술의 일부 조건만 보고 시작했지만 모든 조건이 우리 기업과 잘 맞았어요.”

  현재 크래프트링크는 남미 여성 30여 명과 한국 미혼모 5명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미 여성만을 고용했지만, 작년 2월부터는 한국 미혼모를 고용하는 데까지 확장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미혼모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있는데 자녀 때문에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워요. 수공예 기술은 시공간적 제약이 적어요. 일정 기간 내에 정해진 수량의 수공예 상품을 제작하면 돼요. 이런 점에서 미혼모와 크래프트링크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고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미혼모를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미혼모 지원 사업은 생각보다 많아요. 그러나 미혼모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해요. 정부에서 하는 지원 사업은 단순히 미혼모에게 기술을 교육해주는 것에서 그치죠. 따라서 미혼모가 경제 활동을 할 기술을 갖출 수 있지만 이를 펼칠 기회가 없어요. 크래프트링크는 미혼모에게 기술을 펼칠 기회를 제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요.”

  그는 미혼모를 고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팔찌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매듭 수공예 제품을 제작하려고 해요. 그리고 세 달에 한 번 새로운 수공예 제품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어요. 이런 프로그램에서 창출되는 꾸준한 수익으로 많은 미혼모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깨기 어려운
  그들의 편견
  크래프트링크는 기반을 다지며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고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사회적 기업은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곳이므로 그들이 수익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저는 이 의견에 반은 동의하지만 반은 동의하지 않아요. 사회적 기업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을 해야하는 것은 맞아요. 그러나 그들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선 그 사회적 기업이 잘 운영돼야 해요. 유능한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해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홍보해야 해요. 그러려면 사회적 기업도 금전적 지원이 필요해요. 그러나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어요. 이런 인식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비용과 수익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힘
  기자는 고 대표에게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대학생 때 문제를 구조적으로 보려는 힘을 기르길 바라요.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문제를 바라봐야 해요. 그리고 문제의 본질적 부분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문제의 표면만 보고 해결하려 한다면 대학 과제물 정도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해결책이 나올 거예요. 대학생에게 시간은 귀한 자원이에요. 귀한 자원을 ‘문제를 구조적으로 보는 훈련’을 하는 데 사용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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