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들을 향해 눈을 떠야 할 때
이젠 그들을 향해 눈을 떠야 할 때
  • 이예림 정기자
  • 승인 2018.03.0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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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나는 발의 뼈가 부러져 한 달 동안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나는 목발을 짚어야만 이동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다친 내 발만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발보다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계단의 폭이 높은 버스나 많은 수의 계단과 긴 환승구간이 있는 지하철은 이용하기 힘들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혼자 식당에 가면 주문한 음식을 가져올 수 없어 누군가에게 부탁해야한다. 승강기가 없는 건물을 피해 1층에 있는 가게만 찾게 된다. 건물 입구에 있는 턱에 걸려 넘어질까 긴장하게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편함은 타인의 시선이다. 지나갈 때마다 신기한 듯이 위아래로 훑는 시선은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길을 가고 있던 나에게 한숨을 쉬며 혀를 차는 타인의 태도는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외출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최근 나에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과연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일까.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오’다.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한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은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렵다. 그래서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된 나라’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회라면, 장애인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난 우리나라가 ‘장애인 이동권이 침해된 나라’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장애인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난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 떠오른다고 해도 높은 질의 복지 서비스를 받는 북유럽 국가의 장애인의 모습 또는 외부와 단절된 채 집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사회가 장애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장애인을 ‘disabled person’이 아닌‘differently-abled person’으로 부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닌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표현하자는 주장이다. 또한 정부는 장애인연금을 25만 원으로인상하고 16,000개의 장애인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는 더 많은 장애인의 경제 활동을 지원해주기 위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노력이 ‘책임 회피’가 아닌 ‘문제 해결’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것과 장애인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저상버스의 수 증가, 공공장소의 경사로 제거 등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에 관심이 필요하다. 비장애인이 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장애인에겐 이동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장애인을 위한비장애인들의 노력이 그들이 겪어보지 않은 고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145만 명 정도이지만 실제로 장애인 수는 45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장애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누군가는 비장애인인 ‘다수’가 ‘소수’인 장애인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고 불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소수가 아니다. 단지 비장애인이 눈을 감고 다수의 장애인을 투명 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은 이전에 내가 봤던 세상과 매우 다르다. 다른 나라보다 살기 편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나라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세상으로 보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누군가에겐 평생 보고 느끼는 세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곧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하 2018 패럴림픽)이 열린다. 오는 9일부터 10일간 진행되며 6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2018 패럴림픽은 1988 서울 동계패럴림픽 이후로 30년 만에 올림픽과 함께 개최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북한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패럴림픽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올림픽에 향하는 국민들의 관심과 달리 패럴림픽에 향하는 관심은 적다. 2018 패럴림픽이 장애인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비장애인들만 살기 편한 세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 이젠 그들을 향해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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