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극회 제83회 정기공연 열려
운현극회 제83회 정기공연 열려
  • 정예은 기자
  • 승인 2018.03.19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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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 받는 여성이 보여주는 자유를 향한 광기
 
작중에서 가부장적 남편의 억압에 저항하며 남편을 죽이고 싶어하는 ‘정미연’과 남편을 죽이라고 부추기는 ‘그녀’를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이다. <사진/정예은 기자>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우리대학 약학대학 아트홀에서 운현 극예술 연구회(이하 운현극회)가 시연하는 제83회 정기공연이 열렸다. 이번 정기공연은 서미애 작가의 소설 ‘남편을 죽이는 서른가지 방법’을 운현극회 이규인(수학 3) 회장(이하 이 회장)이 각색·연출했다. 이 회장은 이 작품을 연출한 이유에 대해 “ ‘여성학개론’이라는 강의를 듣고 남녀가 평등하다고 느꼈던 현실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에 사회가 만든 성 역할이 표현된 <남편을 죽이는 서른가지 방법>을 무대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가부장적 가정에서 자란 여성 ‘정미연’은 결혼 후에도 억압을 받으면서 남편에게 살인 충동을 느끼고 자유를 갈망한다. 남들이 보는 정미연은 남편을 사랑하는 현모양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미연은 조신한 여성상을 강요하는 남편에 의해 억압 받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정미연은 남편을 죽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자아인 ‘그녀’와 대화하며 남편을 죽일 방법을 꾸민다. 그러던 중 정미연의 남편이 모종의 이유로 사망하면서 정미연의 남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나가는 방향으로 연극이 진행된다.

  우리대학 재학 당시 운현극회에서 활동했던 박세현(47. 여) 씨는 공연을 관람한 후 “운현극회의 선배나 후배, 신입생이 연기할 때와 시간이 지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공연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이번에는 후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해 공연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25년 전, 운현극회에서 남성 배역을 맡은 배우는 반드시 머리가 짧으며 키도 크고 목소리도 굵게 냈어야 했다”며 “지금은 남성 배역을 맡은 배우가 남성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고, 여성 배역을 맡은 배우도 반드시 키가 작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서 남녀 배역을 표현하는 데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작중 정신과 의사인 ‘정윤경’을 연기한 정문주(정보통계 4) 학우는 “연기는 내가 다른 사람이 돼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며 “그래서 연기는 색다르고 재밌지만 달리 생각하면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주변에서 성격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원래 감정의 기복이 있는데 운현극회에서 연극을 하면서 해소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작품에 담긴 철학에 대해 “관객은 극을 따라오면서 누가, 어떻게 남편을 죽였는지 궁금했을 것이다”며 “하지만 남편을 어떻게 죽였는지가 아니라 남편을 왜 죽였는지를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원작과 가장 달라진 인물이 정신과 의사 정윤경이다”며 “극중 의사는 원래 남성 인물인데 이를 여성 인물로 각색해 정미연이 어떤 결혼 생활을 했는지 이해하고 정미연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 여성 간의 연대를 보여주는 인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의 결말에서 더 이상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극의 막바지에서 정미연이 연인들이 키스하는 모습을 담은 미술 작품 <키스>를 보고 나가는 것은 홀로 당당히 살아가는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운현극회 공연을 마치며 “관객들이 스스로에게 결혼이 무엇인지 묻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기공연은 2명의 스태프와 4명의 배우로 진행돼 준비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작년 겨울부터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공연을 즐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연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배우들에게 더 신경써주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모두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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