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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전쟁터, 가상화폐 광풍
가상화폐 논란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다
2018년 03월 20일 (화) 18:37:42 정예은 기자 ye31301995@duksung.ac.kr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가상화폐 광풍이 일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로서는 처음으로 선물 거래소에 공식 상장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켜졌다. 그러나 가상화폐 가격의 변동성이 커 가상화폐가 아직까지는 화폐로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정도를 두고 찬반 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기사에서는 가상화폐가 무엇이며 왜 떠오르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시대를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화폐
  역사적으로 화폐는 고대인들이 더 편리한 물물교환을 위해 범용성이 높은 자원을 매체로 삼으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초의 상품화폐였던 음식물과 대부분의 자연물은 쉽게 변질됐다. 이에 보관이 용이한 금속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근대 국가가 들어서면서 화폐가 간소화되고 점차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며 지폐, 수표 등의 신용화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신용화폐는 오늘날 주로 사용되는 화폐로서 금, 은 등의 실물 대신 특정한 경제적 가치를 국가가 보증해 준다는 점에서 국가 신용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의 화폐와는 성격이 다른 화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 상의 데이터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가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특정 이용자들끼리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가 생겨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의 전체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는 화폐 ‘도토리’나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게임 머니 ‘아데나’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종류의 가상화폐는 중앙 정부가 통제하는 신용화폐와 마찬가지로, 특정 개발자의 관리 하에 있었다. 그래서 가상화폐가 종속된 특정 커뮤니티나 게임의 수명에 따라 해당 가상화폐의 수명이 제한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며 등장한 암호화폐가 바로 최근 언급되는 블록체인이 접목된 가상화폐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개발자가 발표했던 최초의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암호화폐는 기존 화폐들과 달리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으며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미래 지향적 신기술의 등장
  투명한 거미줄, 블록체인
  블록체인이란 *합의 알고리즘에 기반해 거래 내역 등의 정보가 담긴 온라인 블록(block)을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공유하면서 블록들이 사슬(chain) 형태로 연속해서 암호화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가상화폐 광풍은 가상화폐에 안전성과 익명성, 투명성을 부여해 준 ‘블록체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블록체인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 디지털 데이터는 중앙 컴퓨터에서 관리된다. 디지털 데이터는 복사가 용이하고 복사됐을 때 복사본과 원본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화폐 정보는 거래에 연관된 해당 은행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 출처/한겨레

  반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하나의 블록체인 데이터를 모든 블록에 저장하는 기술이므로 해킹하기 어려워 제3자가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그 결과, 블록체인은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본인의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기록과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를 지녀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잠재성은 가상화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이 가진 높은 보안성과 투명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실제로 블록체인은 행정 분야에도 점차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해 2월 23일,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가 지자체 중 최초로 ‘블록체인 거버넌스(Blockchain Governance)’를 행정 업무에 반영한 바 있다. 경기도는 ‘2017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 심사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부여한 QR 코드를 통해 주민들이
블록체인을 적용한 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실현시켰다. 또 스위스의 추크(Zug) 시는 세계에서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지난해에는 실제로 블록체인 신분증을 모든 시민에게 발급했다.

  안전하고 투명한 가상화폐,
  규제하면 발전 지연될 수 있어
  사람들의 이목이 비트코인에 쏠려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높아져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는 대신 지난 1월 30일부터 가상화폐 실명제를 시행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거래소와 연계된 일부 은행의 실명 계좌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만을 위한 신규 계좌가 발급되지 않아 신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들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는 해당 은행에 실명 계좌가 없는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결국 해당 산업의 침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는 지난해 9월에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7’에서 “우리나라의 가상화폐는 1998년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게임 머니인 아데나에서 시작됐다”며 “아데나는 게임에 한정됐을 뿐, **지역화폐와 유사한 형태로 등장해 거래소에서 실제 화폐와 교환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가상화폐가 정부의 게임 규제와 멸시에 의해 좌절됐다”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혁신이 왜 좌절됐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블록체인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는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참여해 블록을 만드는 대가로 가상화폐인 코인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코인이라는 경제적 보상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더 많이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이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 가상화폐 체계를 더욱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가상화폐를 규제하면 필연적으로 블록체인을 규제하게 되는 것이다.

  무질서한 치외법권,
  제도권 내에 들어와야
  지난해 12월 28일, 한 청원인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비트코인 규제를 반대한다는 요지의 청원글을 올렸다. 이 청원글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홍문기 국무조정실장은 “가상통화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 자체,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행위, 그리고 가상통화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까지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이 세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지만 이들을 구분해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가상통화에 대한 거래 행위 분야에 중점을 뒀다”며 “각종 불법 행위나 불투명성을 막고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글은 청원이 종료될 당시 20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 화제가 됐다. 출처/청와대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는 가상화폐의 특성 중 하나인 익명성을 악용해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데 쓰이는 등 불법 행위와 연루되는 일이 잦다. 이에 대해 지난달 27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의 토론회에서 “가상화폐는 치명적인 마약을 구매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기도 하기에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며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이나 탈세,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투기성 자본이 몰린다는 점도 정부의 규제를 정당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스티븐 로취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비트코인은 위험한 투기성 거품이다”며 “마지막에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람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고 말했다.

  건전한 경제 생태계 만들며
  가상화폐 추이 지켜봐야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시세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의 규제에 따라 시장 거품이 빠지면 가격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블록체인을 발전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존속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자체의 보안성은 뛰어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당하는 일이 잦아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대중의 불안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이더리움 외국 투자펀드인 다오(DAO)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당해 약 5,5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거래소 ‘야피존’이 해킹으로 55억 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려면 가상화폐 시장이 잃어버린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비트코인 ***하드포크 가상화폐로 알려졌던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 의한 사기극으로 밝혀진 사건이 있었다. 해당 고등학생들은 SNS를 통해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홍보했는데, 이에 대한 검증 없이 가상화폐 시장에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사기로 밝혀지고 하루만에 시세가 급락해 약 50조 원의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가상화폐 시장이 온갖 범죄나 루머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게다가 하드포크를 계획 중인 외국의 타 가상화폐도 검증할 방법이 없어 투자자들이 시장에 떠도는 정보만을 믿고 따르기에는 위험이 크다.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리는 투기성 자본을 방지하려면 가상화폐 거래에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급자와 소비자 양측 모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합의 알고리즘 : 분산된 시스템이 동일한 하나의 결과를 내놓는 알고리즘
**지역화폐 :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일부 지역에서만 쓰일 수 있는 화폐
***하드포크 : 기존 블록체인의 기능을 개선하고 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게 분리해 새로운 방식으로 변경하는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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