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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분노
목숨을 위협하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
2018년 03월 21일 (수) 11:21:23 손정아 기자 sonjunga5323@duksung.ac.kr
  한 승용차가 두 차선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질주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야 멈춘다. 이에 갑자기 막힌 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로 들어선 한 차량은 달려오던 버스와 부딪힌다. 또 다른 곳에서 한 운전자는 양보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차량을 들이받는다. 이 두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보도한 내용이다. 두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는 모두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으나 여전히 이 같은 문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로 위의 분노,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심각한 교통체증 속
  쌓이는 스트레스
  한국은 교통체증이 심각한 나라로 손꼽힌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나 휴가철, 명절 귀갓길에는 ‘주차장 고속도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심한 교통체증에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먼저 가기 위해 ‘끼어들기’나 ‘꼬리물기’ 등의 운전 행위를 서슴지 않는 운전자들이 많다. 이에 많은 운전자가 운전 중 ‘스트레스’를 느낀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김정식 경위(이하 김 경위)는 “운전 중에 받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다”며 “운전자가 스스로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자제력과 기꺼이 양보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TV에서 지난 2015년에 보도한 보복운전 뉴스의 한 장면이다. 출처/연합뉴스TV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난폭운전과 보복운전, 그 기준은?
  이렇게 운전 중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행위에서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발생
하기도 한다. 여기서 난폭운전이란 안전한 도로교통에 저해되는 운전 행위로, 고의로 다른 사람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으로 간주하는 경우는 △신호 또는 지시 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진로변경 금지 위반, 급제동 금지 위반 △앞지르기 방법 또는 앞지르기의 방해금지 위반 △정당한 사유 없는 소음 발생 △고속도로에서의 앞지르기 방법 위반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에 난폭운전의 신고 건수가 총 11,722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9%(997명)만 형사 입건됐으며 나머지 91%(10,725명)는 ‘조심하라’는 통보처분으로 끝났다.

  또한 보복운전은 보복하려는 목적으로 다른 차량에 위협이나 위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보복운전의 형태는 △고의적 급제동 △밀어붙이기 △폭행·욕설 △지그재그 운전 △상향등으로 위협 △경적 울리기 등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에 보복운전 신고 건수는 총 4,969건으로 그중 2,168명이 검거됐다. 이는 매일 13.6건의 보복운전이 발생하고, 6명이 검거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최근에 생겨난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이하 이 교수)는 “블랙박스가 생기면서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증거 자료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가 원인이 돼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끔찍한 결과 낳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
  블랙박스의 등장으로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논란이 되면서,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으로 인한 사고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SBS 모닝와이드의 한 코너인 <블랙박스로 본 세상>과 SBS 시사 프로그램 <맨 인 블랙박스>는 사고가 난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준다. 반대로 달리는 차와 부딪히거나 빠르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서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부딪히는 등, 이 프로그램의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은 개인의 생명에 위협을 주고, 도로에 각종 위험을 불러온다. 실제로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으로 위협을 느꼈다는 손정배(52. 남) 씨(이하 손 씨)는 난폭운전이 보복운전으로 이어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직진으로 가려던 한 차량이 좌회전 차선으로 잘못 들어서 직진 차선에 있던 제 차량 앞으로 급하게 끼어든 적이 있었다”며 “당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 사고가 날 뻔했고 이에 경적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어 “경적을 울린 이후로 그 차량이 계속 따라오면서 저를 향해 욕을 하고 제 차량 앞에서 달리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등 위험한 행위를 반복해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위험성에 대한 인지 부족
  어렸을 때부터 교육해야
  그렇다면 사람들이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 씨는 “운전을 할 때 다른 차량이 자신의 차량을 추월하는 것을 지는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또한 상대방이 경적을 울리면 흥분을 하게 돼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하는 원인으로 분노조절 장애와 같은 정신적 결함이나 개인 운전습관 등을 꼽는다. 김 경위는 “분노조절 장애가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급해지거나 욕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분노가 커진다”고 말했다.

   
▲ 출처/악사손해보험

   
▲ 출처/악사손해보험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은 ‘도로 위 흉기’로 불릴 만큼 위험한 운전 행위지만 이에 대한 안전의식은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12월, 자동차 전문 보험사 악사손해보험이 만 19세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 1,331명을 대상으로 ‘2017년 운전자 교통안전의식 조사(이하 안전의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추월을 위한 차선 넘기’에 대한 질문에 38.5%의 응답자가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답했으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기 혹은 차선 변경’에 대한 질문에는 72%의 응답자가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얼마나 자주 행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각각 62.9%와 43.8%의 응답자가 ‘가끔 있었다’고 답했다. 위험성을 인지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안전의식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대다수 사람이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서부터 이와 같은 운전 행위에 대한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와 적극적 신고가
  긍정적 운전 문화 만들 것
  이렇게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처벌을 강화했다. 난폭운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고, 보복운전의 경우 형법상 특수상해나 협박 등을 적용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그러나 처벌 강화에도 여전히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발생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강화된 처벌도 미약하다는 의견이 많다. 안전의식 조사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에 관한 처벌 수위에 대해 응답자의 67%가 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처벌하기 위해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많다. 안전의식 조사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운전 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소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8%가 ‘과속 카메라 설치’를 선택했다. 이에 경찰청은 ‘단속’에 초점을 두고 암행순찰차를 도입하거나 국민의 제보를 받기도 한다.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찰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난폭운전과 보복운전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무료로 심리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의 위험에 처했을 때, 운전자가 직접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요즘은 대부분의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으니 이를 통해 증거 영상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줄이는 데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양보하는 마음
  안전 운전을 위한 한 걸음
  ‘로드레이지(road rage)’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포괄하는 말이다. 이는 ‘도로 위의 분노’라는 뜻으로 온순한 성격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운전대 앞에서는 모두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운전대 앞에서는 모두가 위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 양보하고 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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