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개헌안을 논하다
10차 개헌안을 논하다
  • 정예은 기자
  • 승인 2018.04.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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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개헌 이뤄질까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10차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다. 10차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국가 지향 △대통령 4년 연임제 △선거 연령 하향 등의 안건이 담겼다. 10차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개헌이 확정된다. 이에 10차 개헌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가 우리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사회에 매번
  큰 변화를 가져왔던 개헌
  우리나라 최초의 헌법인 ‘제헌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후 현재까지 9번 개정됐다. ‘발췌 개헌’으로 알려져 있는 1차 개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재임하는 데 간선제가 불리해지자 폭력적 수단을 사용해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내세웠던 개헌이다. 2차 개헌은 ‘사사오입 개헌’으로, 이 전 대통령이 3선을 위해 기존에 중임까지만 가능했던 대통령 연임 제한을 초대 대통령에 한해 적용되지 않도록 헌법을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4.19 혁명 직후 공포된 3차 개헌은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허가하고 헌법재판소의 설치와 의원내각제를 골자로 했다.

  그러나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에 정부 구성을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고 헌법재판소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5차 개헌을 강행했다. 그리고 1972년에는 ‘유신 헌법’인 7차 개헌이 단행돼 대통령 연임 제한이 철폐되고 대통령직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났으며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과 국민의 기본권조차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권이 부여됐다.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뤄진 8차 개헌은 대통령 임기를 7년으로 늘린 대신 대통령 단임제를 골자로 했다.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인 9차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 등을 명시하며 현재까지 그 효력이 지속돼왔다.

  개정이 필요한
  구시대적 현행 헌법
  그러나 현행 헌법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이하 조 교수)는 “3.15 부정선거 이후 헌법은 권위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며 “1987년에 6월 항쟁이 끝난 후 대통령 선출 방식을 대통령 직선제로 바꾸기 위해 9차 개헌이 단기간 내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헌법을 전반적으로 다듬지 못한 상태로 30여 년이 지났다”며 “현행 헌법은 사회적 변화나 경제 성장, 정치 발전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10차 개헌안을 발의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첫 전체 회의를 가졌던 국회 개헌특별위원회(현재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는 올해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개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야 간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한 채 위원회의 명칭을 바꾸고 운영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다. 조 교수는 “헌법은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규범이다”며 “정당끼리 담고자 하는 가치가 달라 양자가 합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이어 “이상적 개헌 과정은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인데 이가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환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변화 반영한
  10차 개헌안

  문 대통령이 발의한 10차 개헌안은 10장, 137개 조항, 9개 부칙으로 구성됐다. 10차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국가 지향 △대통령 4년연임제 △선거 연령 하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10차 개헌안 1조 3항으로 추가된 ‘지방분권국가 조항’에 대해 조 교수는 “지방분권국가 조항이 헌법 1조에 속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헌법1조의 상징성이 있어 기존에 있던 지역 간의 불균형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 영역에게 인프라, 자본 등을 수도권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거주 이전의 자유, 교육 받을 권리, 사유재산권 등 다른 기본권과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에스티아이>


  또한 10차 개헌안은 대통령 선출 방식을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기술했다. 대통령 연임제에서 대통령은 연속해서 재임할 수 있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선에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다. 대통령 연임제가 개헌안에 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조 교수는 “미국은 대통령이 국정을 잘 수행하면 대통령에게 8년 임기를 보장하고, 국정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한다”며 “미국 대통령은 국정 수행을 어떻게 하든 간에 차기 선거에 출마해 선거로 심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은 임기가 짧아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국정을 추진하고 임기가 끝나면 선거로 심판을 받지 않는다”며 “대통령 연임제가 되면 대통령은 재선을 해야 하기에 국정을 잘 수행해야 하고 장기적 국정 계획도 세우며 책임 정치를 실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또한 조 교수는 개헌안에서 대통령 임기가 4년으로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교수는 “분점정부(여소야대 정부) 상태에서 행정부가 국정을 추진할 때 국회에서 반대하면 이를 해결할 기제가 없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 국민이 정당하게 선출한 국민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과 총선을 함께 진행하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 의석 수를 과반 이상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는 데 더 수월해진다”고 했다.

<출처/리얼미터>


  최근 정치권에서 ‘핫이슈’였던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조항도 개헌안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역사적으로 가난한 사람,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권리인 피선거권의 제한을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이어 “OECD 국가 중 만 19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며 “선거 연령을 하향하는 게 맞지만 이에 대한 여야의 의견이 합의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외에도 개헌안에 담긴 주요 사항에 대해 선창균(27. 남) 씨(이하 선 씨)는 “이번 개헌안에서 ‘국민 주권 강화’ 관련 조항이 가장 유의미하다”며 “개헌안에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는 국회의원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밥그릇 챙기기를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헌법은 정당 득표와 의석 비율 간의 불균형이 심해 국민의 뜻과 달리 적은 지지율로도 많은 국회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개헌안에 있는 ‘선거 비례성 원칙’ 조항에 따라 이러한 불일치가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이번 개헌안은 국민을 위한 것 같다”며 “이 두 조항을 통해 국민의 뜻이 더 국정에 잘 반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흡한 부분 고쳐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어야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발의한 10차 개헌안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19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헌법개정여성연대 등 9개 여성단체가 모인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은 개헌안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제거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모든 생활 영역에 있는 성차별적 관행의 개선책을 마련하며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의사결정직에 남녀 동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성평등적 조항이 개헌안에 명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영(법학 4) 학우(이하 박 학우) 역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은 성별에 따른 위계질서 때문에 발  생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중심적 법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의 개헌안은 성평등적 가치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학우는 “이번 개헌안은 제33조 5항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을 임신, 출산, 육아로 한정해 규정했다”며 “또한 현행 헌법 제34조 3항과 달리, 개헌안 제35조 3항에서는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이 제외되고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권리만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학우는 “개헌안 제36조는 신설된 규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여성은 제외했다”며 “이 같은 점에서 개헌안에 성평등적 가치가 담겨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 씨도 개헌안의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선 씨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한다는 조항은 법률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며 “이는 개헌안에 포함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개헌안 제55조에는 정부가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아야 입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보여주기식이다”며 “여당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선 씨는 “현재 야당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어 개헌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처럼 국민이 어떻게 의견을 표출하느냐에 따라 개헌안이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개헌에 관심을 갖고, 국민의 뜻이 전달된다면 더 나은 우리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모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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