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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대학의 위험한 공존
대학을 운영하는 기업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일까?
2018년 04월 16일 (월) 15:16:25 이예림 기자 yelim41812@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은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갖고 사립대학의 학교법인을 운영한다. 즉,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기업과 대학이 하나의 목표 아래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기업이 독단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공존, 과연 올바른 모습일까?


 

 

 

 

   

 

  기업과 대학의 만남
  모든 사립대학에 학교법인은 존재한다. 이때 학교법인은 사립대학의 설치와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춘 재단법인을 의미한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재산을 갖춰야 하고,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학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주체는 학원, 기업, 종교재단 등이 있다. 그중 기업은 학교법인을 인수하거나 직접 설립해 대학을 운영한다. 기업이 학교법인을 인수하거나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4년제 대학은 총 7곳으로 국민대학교, 인하대학교, 울산대학교, 아주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중앙대학교다.

  대학은 대체로 기업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것을 반긴다. 학교법인은 정부의 지원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신문에 따르면 2012년도 기준으로 사립대학의 재정 중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6%뿐이다. 따라서 강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것은 대학이 열악한 재정 상태를 개선할 기회가 될 수있다.

  대외적으로 기업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이유는 경제적 자원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이하 연 연구원)은 “기업이 교육 사업에 투자하는 목적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경제적 자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며 “기업의 학교법인 운영 목적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업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면서 얻는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은 학교법인을 운영하면서 부수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연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중앙대 학교법인을 인수한 후,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건설이 중앙대 캠퍼스에 건물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기업과 대학의 동상이몽
  대학이 기업의 학교법인 운영을 환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대학의 재정 상황을 개선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가시적 현상일 뿐 대학의 재정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주간경향에서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기업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지원만 할 뿐, 대학 자체의 재산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며 “대학의 질적 발전이나 균형 발전 측면에서는 기업의 학교법인 운영이 대학에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의 횡포에 몸살 앓는 대학
  기업과 대학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탓에 충돌하기도 한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실용과 효율성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대학은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며 인재를 양성시키고자 한다. 기업이 이러한 대학의 성격을 존중하지 않고 기업만의 방식으로 대학을 운영하면 두 집단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례로 중앙대와 두산그룹, 성균관대와 삼성그룹의 충돌이 있다. 먼저 중앙대의 경우, 두산그룹이 ‘이사장이 곧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대학을 운영해 충돌이 일어났다. 두산그룹은 중앙대 학교법인을 인수하자마자 총장선출 방식을 ‘총장 직선제’에서 ‘총장 임명제’로 바꿨다. 교수들이 3명을 추천하면 학교법인이 그중 한 명을 총장으로 임명하던 방식에서 이사장이 총장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학교법인은 김창수 총장(이하 김 총장)을 임명했고 지난해 12월, 김 총장의 연임을 발표했다. 이에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김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항의 농성을 진행하는 등 학교법인에 항의했다. 그러나 학교법인은 이를 무시하고 교수협의회와의 소통을 거절했다.

  또한 학교법인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중앙대의 재정은 696억 원의 누적 부채로 악화된 상태다. 그러나 학교법인은 이를 해결하기보다 1,600억 원을 투자해 대학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교직원과 학생들은 늘어난 부채로 인한 등록금 인상을 우려하며 학교법인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스페셜경제에서 “현재 중앙대병원의 적자를 학교측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신설된대학병원도 적자 상태에 처했을 경우 학교측에서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앙대 측은 “중앙대병원과 대학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수협의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기업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해 충돌이 일어났다. 2000년도에 성균관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학교법인 소속 총괄지원팀과 법인사무국이 성균관대 교수를 정기적으로 사찰해 기록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100여 명의 교수를 문제 교수, 특이활동 인사, 운동권 성향 등으로 구분해 그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같은 해 9월, 성균관대 교지 5천 부가 학교측에 의해 강제로 회수된 사건도 일어났다. 당시 교지에는 삼성그룹의 재산증여 과정을 희화화한 만화와 학교법인에 항의 시위를 한 학생들이 징계를 받은 것을 비판한 기사가 실렸다. 이는 학교법인과 학교측이 협력해 대학 구성원의 눈과 귀를 막고 여론을 통제하려는 행위였다.즉, 기업이 학내 여론을 통제해 대학을 기업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려는 것이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상환 교수는 대학신문에서 “삼성이 학교법인을 인수하면서 학생회의 성격은 전환됐고 직원노조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고밝혔다.

 

   

 

  충돌 속 제3자, 정부
  일각에서는 대학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기업과 대학의 충돌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현재 교육부는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의 대학에게 재정 지원을 제한한다. 대학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취업률과 연구 성과가 높은 학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취업률과 연구 성과가 낮은 학과에는 경제적 지원을 줄이게 된다. 연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은 기업이 대학을 학문의 공간이 아닌 취업 센터로 운영하게 만든다”며 “중앙대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가 통폐합된 사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화해 없는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대학과 기업이 공존하는 건 어려울까? 연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기업이 모범적으로 대학을 운영한 사례가 없다”며 “학생을 위해 학교법인이 대학 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대학 구조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촛불정부와 사학개혁과제’ 토론회에서 전국대학노동조합 김병국 정책실장은 “사학비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하며 “재정확충으로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이 대학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기업이 대학을 운영하며 형성한 수직적 구조가 바뀌어야 비로소 기업과 대학이 동일한 위치에서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논리에 갇혀 운영되는 대학과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기업 사이의 관계 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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